
미국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국내 증시에서 AI 반도체·2차전지주와 조선주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 의회 권력 교체로 인한 보조금 축소와 빅테크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가 겹치면서 대미 투자 비중이 큰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은 일제히 급락했다. 반면 미 해군 함정 수주 등 호재가 확실한 조선주는 코스피가 3.6% 가까이 무너지는 폭락장 속에서도 주가를 방어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9% 내린 5648.79, 코스닥 지수는 4.08% 급락한 704.39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AI 자본 조달 우려와 미 선거 경계감이 맞물리며 대미 투자 대표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가 전 거래일 대비 4.15% 떨어진 21만9500원, SK하이닉스는 5.03% 내린 139만8000원에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5.06% 떨어진 33만8000원, 삼성SDI는 9.20% 내린 48만8500원, SK이노베이션은 9.36% 하락한 11만9100원을 기록했다.
반면 조선·방산주는 급락장 속에서도 선방하며 대조를 이뤘다. 조선 대장주인 HD한국조선해양은 전 거래일 대비 3.01% 오른 25만6500원, 삼성중공업은 0.93% 상승한 1만7280원에 마감했다. 필리조선소 인수 후 첫 미 해군 함정 건조 수주에 성공하며 전날 10.80% 급등했던 한화오션은 이날 2.00% 내린 5만3800원에 그치며 상승분을 지켜냈다.
시장이 이번 중간선거를 대미 투자 기업 분수령으로 보는 것은 관세와 보조금 결정 구조가 달라서다. 관세는 미 행정부 독자 권한이라 유지되지만, 신규 보조금과 세액공제 예산은 연방 의회가 좌우한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할 경우 기존 정책 제동과 임시예산안·셧다운 리스크가 부상할 수 있다. 특히 기업 세제 인센티브와 AI 데이터센터 인허가·전기요금을 관할하는 주지사 36명과 46개 주의 의회 의석의 약 83%를 차지하는 6139석이 동시에 선출돼, 결과에 따라 현지 진출 기업의 투자금 회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발 AI 신용 경색 우려도 외국인 수급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 10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하며 14개월 연속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음에도, 간밤 메타와 오라클의 각 200억달러 규모 자금 조달 추진과 앤트로픽의 8954억달러 지출 약정 부담 등이 불거지며 AI 자본 제약 우려가 커졌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BBB등급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수개월 전 90bp(1bp=0.01%포인트)대에서 115bp까지 올라오며 신용위험 우려가 완화되지 않고 있다"며 "AI 수익성 의구심이 이어지는 한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급에서도 기술주와 배터리 매도, 산업재 방어 흐름이 뚜렷했다. 2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SK하이닉스 2304억원, 삼성전자우 950억원, 삼성전기 764억원 등 총 3778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 1조2245억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기관은 SK하이닉스 2477억원, 삼성전자 1627억원, 삼성전기 523억원 등 기술주 저가 매수와 더불어 순매수 4위인 효성중공업 464억원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HD한국조선해양, 대한항공, 한화오션 등 산업재를 대거 순매수 상위권에 올리며 순환매를 이끌었다.
그러나 3일에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1조5284억원으로 급증했고, 기관마저 5116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날 외국인은 SK하이닉스 6376억원, 삼성전자 2064억원, 삼성전기 1914억원 순으로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기관 역시 SK하이닉스 2724억원, 대덕전자 861억원, 삼성SDI 858억원 순으로 순매도 1~3위에 올렸다.
국내 증시 단기 방향성은 한국시간 4일 오전 장중에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오전 8시 인디애나·켄터키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국내 증시 개장 직후인 오전 9시(조지아·버지니아·플로리다 대부분 등)와 9시 30분(노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 오전 10시(펜실베이니아·텍사스 대부분 등 최다 주 마감), 오전 11시(위스콘신·애리조나·미시간 일부 등)에 걸쳐 동부 및 주요 경합주 투표가 집중 마감되기 때문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시간 기준 4일 오전 9~11시에 동부 및 주요 경합주 투표가 집중적으로 마감하면서 초기 개표 결과에 따라 아시아 장중 및 미 선물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서부 지역은 오후 1시까지 투표가 이어지므로, 초기 출구 조사와 개표 결과만으로 최종 선거 도구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