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최대주주 지위를 겨냥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정식으로 접수한 가운데,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지분 매입 자금의 출처에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호반그룹의 한진칼 투자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호반건설은 사모펀드 KCGI가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주식 940만주(지분율 13.97%)를 총 5640억원에 단독으로 인수하며 단숨에 주요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 초기 호반그룹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이후 보유 지분 일부를 다시 유동화하며 자금 운용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2022년 말 호반건설은 팬오션에 한진칼 주식 약 334만주를 1259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을 즉각 확보하며 지분 인수에 따른 일시적인 재무 부담을 완화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전면적으로 동원되며 지분 매집 속도가 다시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호반호텔앤리조트가 팬오션으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1628억원에 재매입하면서 흩어졌던 지분을 그룹 차원에서 다시 결집시켰다. 이와 더불어 꾸준한 장내 매수 등을 병행하면서 누적 총투자액은 약 1조원에 육박한다.
수천억원의 막대한 현금이 기업 외부로 유출됐지만, 외부 차입금을 무리하게 끌어온 흔적은 호반건설의 재무제표상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호반건설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23년 말 기준 4493억원이던 장기차입금 규모는 2024년 말 1563억원으로 오히려 급감했다. 또한 2023년에 존재했던 247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차입금 역시 전액 상환됐다.
대규모 지분 투자를 앞두고 그룹 내에서 특이한 배당 확대나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이체 정황도 나타나지 않았다. 호반건설의 현금 배당금 지급액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98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지분 매집이 이뤄진 2024년 역시 배당금은 당기순이익 2692억원 대비 현저히 낮은 246억원에 그쳐, 무리한 자금 빼내기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호반그룹이 쏟아부은 한진칼 지분 매입 실탄은 본업인 건설 및 분양 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자체적으로 축적해 온 이익잉여금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호반건설의 2025년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무려 4조738억원에 달할 정도로 막강한 내부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다. 쌓아둔 탄탄한 유보금을 바탕으로 대규모 차입 없이 조 단위의 투자금액을 자체 조달한 것이다.
호반그룹은 지난 7월 추가 지분 매입 당시 취득 목적으로 '단순 투자'라고 공시한 바 있다. 다만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호반그룹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된다고 해서 바로 경영권을 갖지는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