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회장이 바뀌면 지배구조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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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일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손보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했다. 회장의 ‘셀프 연임’과 폐쇄적인 승계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방향 자체는 옳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장이 주주총회에서 후보 추천 이유를 직접 설명하고, 선임 절차 중 현직 회장이 임추위원을 만나면 그 이유와 내용을 공시하도록 했다. 후보의 경영 성과와 금융사고 이력도 주주에게 공개된다. 현직 회장에게 유리한 규정 변경과 형식적인 후보 검증이 반복돼 온 만큼 이사회에 책임을 묻는 장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연임 횟수에 따라 의결 문턱을 높이는 방안에는 의문이 남는다. 개선안대로라면 첫 연임부터 임추위원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임추위원이 7명이면 2명만 반대해도 연임 후보가 될 수 없다.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회장은 주총에서 출석 주주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절반 이상 찬성을 함께 얻어야 한다. 소수 이사의 반대만으로 연임이 무산될 수 있지만, 정작 이들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면 높은 의결요건이 공정한 검증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기 재임이 이사회와 경영진의 유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그러나 연임을 어렵게 만드는 것과 승계 절차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회장이 바뀐다고 지배구조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충분한 경쟁과 검증을 거쳐 주주의 신임을 얻었다면 연임도 정당한 선택이다. 반대로 새 회장이 뽑혔더라도 과정이 불투명했다면 달라진 것은 사람뿐이다. 연임에 성공했다고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연임에 실패했다고 개혁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그간 도마에 오른 사례 역시 대부분 승계 절차의 공정성과 이사회 독립성에 관한 문제였다. 당국도 3연임을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은 위헌 우려 등을 고려해 접었다. 그렇다면 의결요건 차등 적용이 사실상 연임을 제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승계 절차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왜 부족한지, 강화된 의결요건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폐쇄성을 깨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개혁의 성패는 회장이 바뀌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뽑혔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당국이 만들어야 할 것은 연임하기 어려운 구조가 아니라, 누구든 공정한 경쟁과 검증을 통과해야만 회장이 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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