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부담 커지면 매도 대신 상속·증여 선택 우려
서울 아파트 매물 22% 증가…내년 일시 출회 전망

정부가 주택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기간에 세제 혜택을 집중하는 부동산 세제개편을 추진한다. 실거주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공제를 확대하는 대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공제는 축소하는 방향이다. 다만 주택 처분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 출회가 제한되고 상속·증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실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실거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하고,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을 유지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2029년부터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에 연 8%를 적용한다. 최대 공제율은 80%를 유지하지만, 공제금액 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으로 신설한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중과 가산세율은 현행 20%포인트(p)에서 2027년 5%p, 2028년 10%p로 낮아진다. 3주택 이상은 현행 30%p에서 각각 10%p, 15%p로 완화된다.
문제는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동시에 양도세 공제를 축소하면 주택 매도를 유도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집을 계속 보유하는 데 따른 비용은 늘어나지만 처분할 때 내야 할 세금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발간한 '2026년 세법개정안 분석'에서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양도세 개편은 주택 처분에 상반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정처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의 증가는 주택 보유비용을 높여 매도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개편과 공제 한도 신설은 주택 처분에 따른 세 부담을 높여 보유를 계속하거나 상속·증여를 선택하는 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역시 매물 출회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이 배제돼 과거 중과 유예 때보다 세 부담 인하 폭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서울에서는 증여 증가와 매매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집합건물의 증여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부동산은 1만7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20건)보다 60.1% 증가했다. 반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915건으로 전년 동월(6796건) 대비 42.4% 감소했다.
시장에 나온 매물은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7만7451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6만3178건)보다 22.5% 증가했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인 8월 2일(6만1271건)과 비교하면 26.4% 늘었다.
다주택자 비율도 하락세다. 올해 9월 전국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5.981%로 2018년 10월 이후 7년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6.436%)보다 0.455%p 낮아졌으며,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다소유지수는 전체 집합건물 소유명의인 중 두 개 이상을 소유한 명의인의 비율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세제개편을 앞둔 매물이 나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물이 잠기는 '동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2027년에는 고가 비거주 주택 보유자나 임대사업자들이 매도를 결정하면서 일정 수준의 매물 출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에는 보유를 선택한 사람들이 시장에 남게 돼 중장기적으로 양도세 부담에 따른 동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은 핵심 단지를 팔기보다 불필요한 주택을 정리해 1주택자가 된 뒤 계속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고가 주택은 증여세 부담도 커 증여가 쉬운 선택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8년부터 양도세 공제 축소가 시작되는 만큼 내년 2분기 말부터 3분기가 매물 출회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2일부터 조세소위원회를 가동해 세법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실거주 우대와 양도세 공제 축소가 주택 매도를 유도할지, 장기 보유와 상속·증여를 늘릴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