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 자산 추가 이동 차단…발행사의 거래 개입 우려도
FIU, 동결·소각 기능 도입 추진…국내 설계안에 복수 승인 제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해킹 당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탈취 자산을 동결해 추가 이동을 막으면서 동결 기능이 피해 확산을 줄일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사고 대응과 자산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이 논의된다.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63억달러 규모의 바이낸스 해킹 이후 테더와 서클이 동결한 스테이블코인은 약 26억달러에 달한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비트쿼리에 따르면 2일 기준 테더는 약 17억6000만USDT, 서클은 약 8억2300만USDC를 동결했다.
동결 기능은 발행사가 특정 지갑 주소에서 자신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보내거나 받는 것을 제한하는 장치다. 거래소 지갑은 물론 이용자가 직접 관리하는 개인지갑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는 일부 탈취 자산이 동결 전에 다른 코인으로 교환되거나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로 옮겨졌지만, 발행사들은 동결 대상 주소에 남아 있던 스테이블코인의 추가 이동을 막아 피해 확산을 줄였다.
다만 이번 사고에서 함께 탈취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방식으로 동결하기 어려웠다. 특정 지갑 주소의 자산 이동을 막을 발행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동결 권한을 두고는 이용자 거래에 지나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해킹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탈취 자산의 추가 이동을 막는 확실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바이낸스 해킹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의 사고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계기도 됐다. 금융위원회는 2일 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주요 가상자산사업자 등과 긴급회의를 열고 전산시스템 접근 통제와 지갑 출고 승인·서명 체계, 관리자 권한 관리 현황을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이와 별도로 해킹 발생 전인 지난달 23일부터 은행 18곳과 증권사 13곳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사업 현황과 위험 대응체계를 조사하고 있다.
해킹 사고 대응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에서도 핵심 과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 발행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발행인이 침해사고를 금융위에 지체 없이 알리고 피해 확산과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금융위가 사고 정보를 수집·전파하고 긴급조치에 나서는 내용도 담겼다.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올해 2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스테이블코인에 동결·소각 기능을 넣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발행 단계부터 기능을 갖춰 범죄에 악용될 경우 자금 이동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카이아 DLT 재단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람다256, 안랩블록체인컴퍼니(ABC), 오픈에셋은 올해 4월 공동 공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 제안서에서 긴급 정지와 주소별 동결 기능을 제안하기도 했다. 동결 사유와 승인 요건, 해제 조건을 미리 정하고 복수 승인과 기록 보존을 통해 발행사의 권한 행사를 관리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