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중국 양산·데이터 순환 분석…경기도 실증거점 성과 주목
한국이 피지컬 인공지능(AI) 산업 준비도에서는 세계 4위로 평가됐지만, 로봇을 실제 산업현장에 배치하고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은 중국보다 31점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경기도 제조기업 조사에서도 피지컬AI 도입률은 12.5%, 생산데이터를 AI 학습·공정 최적화에 활용하는 비율은 1.5%에 그쳤다.
중국이 로봇 양산과 현장 데이터 축적, AI 모델 고도화를 연결하는 사이 한국은 기술 기반을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하는 단계에서 격차를 드러낸 것이다.
3일 경기연구원의 '피지컬 AI 대전환과 대응: 중국 5대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자료에 따르면 중국 피지컬AI 산업의 경쟁력은 개별 로봇의 성능보다 양산·데이터·지능·정책·자본이 맞물리는 산업생태계에서 나타났다.
미국 로봇AI 기업 오픈마인드가 발표한 '피지컬AI 준비도 지수 2026'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조사 대상 58개국 가운데 중국은 82.9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일본 69.6점, 미국 69.0점에 이어 한국은 66.9점으로 4위였다. 독일은 66.1점으로 5위에 올랐다.
중국과 한국의 준비도 격차는 16점이었다.
이 지수는 △에너지·전력망 15% △컴퓨팅·반도체 15% △로봇·구동계 25% △소재·공급망 15% △인적자본·소프트웨어 20% △수요 기반 10%를 반영한다. AI 모델의 성능만이 아니라 로봇을 생산하고 운영할 산업적 기반을 종합 평가한 수치다.
더 큰 차이는 실제 운용을 허용하는 제도·사회적 환경에서 나타났다.
법률, 노동제도, 사회적 수용성, 자율기계 운용 경험을 평가한 운영여건 지수에서 중국은 72점, 한국은 41점을 기록했다. 31점 차이다.
준비도에 운영여건을 가중 적용한 실효점수도 중국 70.1점, 한국 45.2점으로 24.9점 벌어졌다.
다만 이는 국가별 규제의 우수성이나 실제 로봇 생산성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민간 연구기관이 공개 통계와 분석가 평가를 결합한 지수로, 높은 운영여건 점수는 자율기계의 배치·운용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허용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러한 산업기반을 대량생산과 현장 실증으로 연결하고 있다.
중국 로봇기업 애지봇(AgiBot)은 6월 로봇 누적 생산 15000대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전자제품 생산라인에서는 로봇을 투입해 제품 검사와 물류 이송 작업을 검증했다.
비야디(BYD) 역시 자체 개발 휴머노이드 로봇 시제품 약 150대를 선전과 창사 등의 생산기지에 배치해 작업을 실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부문에서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 국가전망공사(State Grid)는 2026년 로봇 약 8500대 조달에 68억 위안을 투입하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보도됐다. 다만 실제 구매 완료 실적이 아닌 계획 규모다.
민간 자본도 로봇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는 8월 기업공개 과정에서 약 60억9900만 위안의 공모자금 조달을 예상했다. 딥시크(DeepSeek)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로봇 하드웨어 제조기업과 AI 모델 개발기업을 연결하는 투자 사례다.

경기연구원이 주목한 것은 개별 투자나 생산량보다 그다음 단계다.
로봇을 대량 생산해 단가를 낮추고, 산업현장에 배치해 작업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이를 AI 모델 학습과 제품 성능 개선에 활용하는 구조다. 개선된 제품을 다시 현장에 공급하면서 생산과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축적된다.
중국 로봇기업들은 실제 작업 데이터와 가상환경 데이터를 결합해 로봇의 동작을 학습시키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애지봇은 로봇 학습용 데이터 플랫폼 'AgiBot World'와 로봇 행동모델 GO 계열, 시뮬레이션 기반 월드모델 등을 개발하며 데이터와 AI 모델, 실제 로봇을 연결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서도 로봇의 장시간 안정적인 작동, 복잡한 작업 수행능력, 인건비 대비 경제성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생산대수 증가가 곧바로 현장 생산성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기도 제조업의 상황은 더 구체적이다.
경기연구원이 8월 발표한 '피지컬 AI 시대, 제조업의 현실과 경기도 대응 전략'에서 스마트공장 기초 단계 이상 제조기업 200곳을 조사한 결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기업은 77.5%였다.
생산관리시스템(MES)과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등 디지털 기반을 구축한 기업은 많았지만, 피지컬AI를 실제 제조공정에 도입한 비율은 12.5%에 머물렀다.
생산데이터를 MES·ERP와 연계해 관리하는 기업은 44.0%였으나 이를 AI 학습과 공정 최적화까지 활용하는 기업은 1.5%에 불과했다.
해당 수치는 조사에 참여한 스마트공장 기초 단계 이상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 경기도 전체 제조기업의 도입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장에서는 기술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도 확인됐다. 조사기업들이 꼽은 주요 장애 요인은 초기 투자비 부담 69.7%와 기존 설비 교체비용 50.3%였다.
경기연구원은 중국의 생산규모를 그대로 추격하기보다 경기도의 제조업 집적 기반을 활용해 실증과 데이터 축적, 기술 검증을 연결하는 한국형 순환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시제품 제작 속도가 빠른 중국 선전의 공급망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핵심 설계와 공정 데이터, 로봇 학습자료 및 전략부품의 통제권은 국내에 유지하는 '선전 제작–경기 검증' 방식이 제시됐다.
중국의 생산 역량을 활용하더라도 제조기업의 기술정보와 학습데이터가 외부로 이전되는 범위는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기도도 실증 기반 구축에 나섰다.
도는 10월 28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피지컬 AI 대전환'을 선언하고 기업·대학·연구기관·지방정부 등 66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당시 "경기도는 피지컬 AI로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도민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제조현장의 위험작업을 줄이고 재난 대응과 돌봄 분야까지 기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기도는 2026년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 도비 30억800만원을 투입해 확산센터 구축과 제조공정 실증, 기업 교육 및 컨설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시흥시 정왕동에는 838㎡ 규모의 피지컬AI 확산센터를 조성 중이다. 휴머노이드와 협동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활용해 반월·시화산업단지 제조기업의 공정별 기술검증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성남에서는 2025년 12월 문을 연 451㎡ 규모의 피지컬AI랩을 통해 기업 맞춤형 교육과 상담, 기술 도입 가능성 진단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성남 산업단지 제조기업 9곳에 대한 도입 컨설팅을 완료했으며, 이 가운데 3개 공정에서 기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도입 상담과 실증 착수는 확인됐지만 생산성 향상, 불량률 감소, 산업재해 예방 등 실증 성과를 입증할 최종 수치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경기도가 발표한 확산센터 구축과 66개 기관 협의체는 기술 수요와 실증 기반을 연결하는 단계다. 실제 제조현장에서 로봇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도입기업이 어느 정도 비용을 절감하는지에 대한 성과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경기도는 제조공정별 기술 수요를 발굴하고 실증 결과를 토대로 도내 제조기업의 피지컬AI 도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 소방·재난 분야 실증과 돌봄로봇 시험을 추진하고, 2029년에는 일상돌봄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