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EU 정부 vs 보수 야권 사법개혁 갈등 격화
대통령 긴급 회동에 총리 불참⋯정치권 대립 심화

폴란드에서 헌법재판소장 직무정지 조치를 둘러싸고 정부와 야권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헌재 앞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 충돌한 데 이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하면서 정국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보그단 시비엥치코프스키 헌재소장의 직무정지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틀째 이어졌다. 30일 밤 수십 명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인 데 이어 31일에도 수백 명이 집결했다. 경찰은 30일 밤 일부 시위대가 헌재 건물 주변의 보안 울타리를 넘어 진입을 시도하고 경찰관들에게 물건을 던지자 현장에서 3명을 구금했다.
사태가 확산하자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세네갈 방문을 위해 이동하던 중 항공기를 돌려 귀국했다. 그는 SNS 엑스(X)에 “이런 순간 대통령은 폴란드에 있어야 한다”며 “세네갈 방문을 중단하고 돌아간다”고 밝혔다. 귀국 후에는 헌재를 찾아 직무정지된 소장의 건물 진입을 도왔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친유럽연합(EU) 성향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 정부와 보수 야당인 법과정의당(PiS) 사이에 누적된 사법개혁 갈등에서 비롯됐다. 법과정의당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집권하면서 헌재를 비롯한 주요 사법기관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당시 개혁 조치로 폴란드는 EU로부터 벌금도 부과받았다.
2023년 집권한 투스크 정부는 사법부 독립성 회복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지만 법과정의당과 가까운 대통령들의 거부권 행사로 개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투스크 총리는 시비엥치코프스키 소장이 의회 다수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들의 취임을 방해했다고 비판해왔다.
헌재 홈페이지에는 전날 오후 6시께 시비엥치코프스키 소장의 직무정지 사실이 게시됐다. 그러나 이후 홈페이지 접속이 중단되면서 직무정지의 공식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투스크 총리는 엑스를 통해 “법치주의 회복은 우리의 의무”라며 “법과정의당 집권 시절의 오랜 불법 상태를 바로잡는 것은 어렵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과정의당 소속 즈비그니에프 지오브로 전 법무장관은 이번 조치를 “헌정 질서에 대한 노골적인 범죄적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한 저항을 촉구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모든 원내 정당을 회동에 초청했다. 회동에는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폴란드2050과 폴란드인민당(PSL), 일부 야당 대표들이 참석했지만 투스크 총리는 불참했다.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폴란드의 사법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