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둑에 9년간 300억 정부 예산 투입…성과는 ‘깜깜이’[국비로 놓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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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대바협에 사실상 '기계적 배분'
기력검사 연구에 2.3억…내역 '모르쇠'
정부 "바둑 특수성…향후 배분형태 고민"

▲바둑 대국에서 착수하는 모습 (뉴시스)

바둑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법적 근거가 담긴 '바둑진흥법' 시행 이후 300억원 가까운 예산이 바둑 진흥에 투입됐지만, 성과관리는 미흡하거나 불분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둑예산은 한국기원·대한바둑협회(대바협)에 뚜렷한 기준 없이 사실상 절반씩 배분돼 왔고, '바둑의 날 행사' 등 동일한 사업에 두 단체가 같은 예산을 받는 '공동사업비' 지급도 되풀이됐다. 정부의 예산 배분·집행 기준과 양대기관의 지출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바둑예산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9~2026년 한국기원과 대바협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8년간 261억5000만원이다. 국회 심의가 남은 내년도 정부안(35억4000만원)을 합산하면 9년간 297억원 수준이다.

이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조훈현 9단이 대표발의한 바둑진흥법이 2018년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결과다. 바둑진흥법 8조에는 바둑 진흥을 위해 필요한 경우 바둑단체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에 따른 지원 규모는 연평균 33억원 수준으로, 민간기업 스폰서가 줄어드는 추세인 바둑계에는 '가뭄의 단비'같은 법안이다.

다만 법 제정 이후 연간 예산 집행 내역을 보면 각기 역할과 규모가 다른 양대 바둑기관에 유사한 규모로 예산이 배분돼 온 것이 눈에 띈다. 프로기사를 육성·관리하는 한국기원과 아마추어 보급 등을 담당하는 대바협 몫은 2019~2020년 각각 16억4000만원·16억5000만원, 2021년 16억4000만원·15억9000만원, 지난해 각 19억5000만원, 올해는 18억3000만원씩 동일 배분됐다.

2023년 38억원대까지 우상향하던 바둑예산이 흔들린 건 2024년이다. 그해 바둑예산은 15억4000만원 규모로 전년 대비 60% 감액됐다. 대바협 몫이 21억6200만원에서 6억원으로, 한국기원 몫이 17억1300만원에서 9억4000만원으로 줄었다. 예산당국은 당시 양대기관 중복사업 위주로 감액 폭을 높였고,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에 따른 보조금 사업의 대대적 축소가 맞물렸다고 설명한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해 바둑예산은 39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양 기관에 똑같은 금액이 배정됐다.

국회 심의가 남은 내년 정부안(한국기원 18억3000만원·대바협 17억1000만원)을 제외하고 2019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집행된 예산 총합은 한국기원 128억1000만원, 대바협 133억4000만원으로 거의 비슷하다.

두 기관이 같은 사업에 나란히 국비 지원을 받는 '공동사업비'도 특이한 점이다. '2차 바둑진흥기본계획 수립 연구비'는 두 단체가 각각 3000만원씩 받았고, '기력검사 표준화 연구'에는 2023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두 기관이 같은 금액을 받아 총 2억3000만원이 투입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러한 바둑예산 배분 기준을 묻는 말에 "프로를 관리하는 한국기원, 아마추어 보급 등을 맡는 대바협이 긴밀 협조해야 하는 바둑계 특수성, 상호협력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봐 달라"며 "명확한 기준이 있다기보다 한 행사를 공동으로 할 때 5대5로 주기는 했지만, 향후 배분 형태 (개선) 등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동사업비' 항목 중 '바둑플랫폼 구축'에 한국기원 1억8500만원, 대바협 1억원 등 2억8500만원이 책정되는 등 같은 사업이라도 지분에 따라 금액에 차이가 있는 사례도 파악됐다. 특히 해당 사업은 한국기원이 지분을 갖고 운영하는 바둑플랫폼 사이버오로가 있는 상황에서 새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기력검사 표준화 연구'의 성과는 무엇이며, 비용이 적절하냐는 물음에 문체부 관계자는 "기력·단급 기준이 들쑥날쑥해 통일하자는 취지로 3년간 연구했고, 그 결과는 새 바둑플랫폼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바둑계 입장"이라면서도 "관련 비용산정 근거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사이버오로는 현재 레이팅시스템만 있어서 향후 협의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바둑플랫폼과 통합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기관별로 한국기원의 올해 사업비(18억3000만원) 집행계획을 보면 바둑 국가대표팀 운영에만 약 3분의 1(6억2100만원)이 배정됐다. 감독 월 550만원, 코치 월 450만~500만원 등 지도자 5명 인건비로 연 2억7000만원이 책정됐다. 기술위원 훈련수당 연 6000만원, 연구지원비는 4600만원이었다. '인공지능(AI) 훈련용 컴퓨터' 구입비는 1000만원으로, 2023년부터 매년 같은 금액으로 편성되고 있다. 국가대표팀 출신 현직 프로기사는 통화에서 "대부분 상위 랭커라 보통 AI로 공부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바둑 전력분석 국내·외 출장 여비' 명목으로는 각각 1700만원, 2000만원이 책정됐다. 국외 여비 2000만원에는 지도자 전력분석비 1200만원, 해외전지훈련 항공료 800만원이 담겼다. 바둑에 해외전지훈련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말에 문체부 관계자는 "해외기사와의 교류, 단합 성격이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리그전 상금으로는 7700만원이 잡혔다. 선수육성리그와 시니어리그에 상금 6000만원씩, 리그 개·폐막식, 지역투어 등 행사 용역비로 1억4000만원 배정됐다. 선수육성리그에 대해서는 '민간후원 지원 중단에 따른 상금 예산 편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부 예산 집행 기준도 불명확했다. 대바협이 제출한 2022~2025년도 '프로기사 초청료' 내역을 보면 같은 다면기여도 일 25만원에서 50만원까지 다양했다. 다면기와 유튜브 촬영, 사인회 등을 같이 할 경우 지급액은 최대 150만원까지 뛰었다. 대바협은 "별도 규정은 없지만 단일 행사는 40~50만원"이라며 "유튜브 촬영 등이 추가되면 비용을 더 지급하고 있다"고 윤 의원실에 밝혔다.

국가대표팀 육성·인프라·보급 등에 예산이 주로 쓰인 가운데 구체적 성과를 묻는 말에 문체부는 국가대표 지원 체계화, 국제대회 성과, 바둑교육·인프라 구축, 동호인 등 활동 지원 등을 제시했다. 예시로 든 성과는 2022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국제대회 우승, 지난해 기준 17개 초등학교 바둑교육 1433명 참여, 바둑보급 2만3000명 참여, 동호인 바둑리그 4200명 참여 등이다. 또한 법 제정 전에도 한·중이 우승을 사실상 양분해 온 바둑계 특성을 고려할 때 우승 횟수와 예산 지원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올해 재정사업성과평가에서 바둑이 포함된 '스포츠 종목보급'에 감액 판정을 내렸다. 사업효과를 보여줄 결과 지표가 부족하며, 일반 동호인 대상 사업에는 자부담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내년 정부안을 보면 바둑보급사업 예산은 14억9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으로 줄었다. 다만 감액분의 상당액은 영암 국제바둑연수원 건립타당성조사 용역비(1억8000만원)로, 실감액은 1억원 수준이다.

윤용근 의원은 "바둑 진흥은 필요하지만 예산 집행의 적정성은 별개 문제"라며 "국비 지원에 따른 성과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지금까지의 관행적 예산 배분에서 벗어나 바둑기관별 사업 성과·집행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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