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농심 청년농부 선정…4년째 계약재배 인연

약 5년 전, 충남 서산에서 농사를 짓던 안진성 사장에게 한 농협 직원이 건넨 말이다. 당시 안 사장은 비어 있던 밭에 콩을 심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콩을 심기 전 감자부터 재배해 보라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선택은 농심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서울 노량진에서 3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은 이제 1만5000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며 4년째 농심에 감자를 납품하고 있다.
29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서 만난 안 사장은 처음부터 농부를 꿈꿨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도시계획학을 전공한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인근 산업단지 취업도 고민했으나 부모님의 농사일을 지켜보며 자란 익숙함과 주변 친구들의 권유로 농업을 선택했다.

서른 살 무렵 농사를 시작한 그는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인대학을 찾아 재배 기술을 익혔다. 스마트팜과 한우 사육 교육을 받고 딸기 농장에서 실습하는 등 여러 작물을 살폈다. 안 사장은 “집에서 먹으려고 농사를 짓는 것과 판매할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며 “상품으로 내놓으려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해 처음에는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고 말했다.
감자 농사는 우연히 시작됐다. 농협 직원의 권유로 처음 심은 감자가 예상보다 잘 자랐고 이를 계기로 감자 공동선별출하회에 참여했다. 2023년에는 농심의 ‘함께하는 청년농부’ 프로그램에 선정돼 올해까지 4년째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농심은 2021년부터 청년농부에게 영농 자금과 재배 기술을 지원하고 생산한 감자를 구매하는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 사장 역시 농협 상품권 형태로 농자재 비용을 지원받고 농심 공장 견학과 다른 지역 농부들과의 교류 기회를 얻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였다. 계약재배를 통해 시장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감자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도 계약한 가격이 있으니 걱정을 덜 수 있다”며 “열심히 잘 키우는 데 집중하면 된다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놓는다”고 설명했다.
농심에 따르면 청년농부 감자 구매량은 2022년 132톤에서 지난해 583톤으로 늘었다. 올해는 청년농부 10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농심과의 거래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넘어 농부로서의 자부심을 높이는 계기도 됐다. 자신이 재배한 감자가 하나의 제품으로 만들어져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사장은 “보통 중간 상인이나 유통업체에 농산물을 판매하다 보면 최종 소비자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며 “그냥 생산해서 팔고 돈을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직접 키운 감자가 들어간 제품을 마트에서 만나면 느낌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농업에 정착하기까지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농기계와 차량 구입에 막대한 초기 자금이 필요했다. 안 사장은 “처음 계약서에 사인했더니 1억원짜리 트랙터를 끌고 가라고 하더라. 나를 뭘 믿고 맡기는 걸까 싶어 겁이 났다”며 “트럭과 지게차까지 구입하다 보니 만져보지도 못한 억 단위의 빚이 쌓였다”고 회상했다.
날씨 역시 변수다. 지난해에는 잦은 비로 파종과 수확에 어려움을 겪었고 올해는 가뭄으로 애를 먹었다. 그는 “똑같이 고생해도 날씨에 따라 수확량과 수입이 달라진다”며 “농업에 도전하려는 청년들도 지나친 기대나 두려움보다는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사장에게 내년 봄은 특별한 계절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결혼한 그는 첫딸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여름에 찾아온 아기에게는 '여름이'라는 태명도 지어줬다. 안 사장은 “내년 감자 싹이 올라올 때쯤 태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앞으로 어떤 농부이자 아버지로 살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저 사람한테 사면 믿을 만하다, 물건이 괜찮다는 말을 듣는 농부가 되고 싶다”며 “가족들과 크게 어려움 없이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