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매입 의무화 법안은 국회 계류 중
분양 부담 커져 현금 부자만 유리할 수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청약’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그 차액이 당첨자의 기대 이익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이에 당첨 이익 일부를 환수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지만 청약자의 자금 부담을 키워 오히려 현금 부자에게 유리한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디에이치 반포124’는 연말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예정 물량은 1801가구다. 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3.3㎡당 9000만원 안팎이 거론된다. 공급면적을 34평으로 가정하면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약 30억6000만원이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지난달 6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디에이치 반포124의 가정한 분양가격과 단순 비교하면 차이는 32억2000만원이다.
강남 3구에서는 신규 아파트가 분양될 때마다 ‘로또 청약’ 논란이 반복됐다. 올해 4월 분양을 실시한 ‘아크로 드 서초’의 전용 59㎡A 최고 분양가는 18억6490만원이었다. 인근 서초그랑자이 전용 59.98㎡가 올해 1월 35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례와 비교하면 약 17억원의 격차가 있었다.
같은 달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오티에르 반포’ 역시 주변 시세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전용 84㎡A의 최고 분양가는 27억5650만원으로 분양 당시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 메이플자이 전용 84㎡ 입주권의 지난해 11월 거래가격 56억5000만원보다 약 29억원 낮았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 등을 토대로 공급가격의 상한을 정한다. 주변 주택의 거래가격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시세가 높은 지역일수록 분양가격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공급가격을 낮추는 정책 효과와 별개로 당첨자에게 돌아갈 이익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현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개 자치구에 적용되고 있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공개된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강남 주택에 관심이 커진 건 분양가상한제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며 “일부가 ‘로또 분양’ 혜택을 누리는 구조가 강남 주택에 대한 관심을 키운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당첨 이익 일부를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8인이 올해 3월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민간택지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주택을 공급받으려는 사람에게 국민주택채권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과도한 청약 수요 집중을 완화하고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안 의원 측은 법안 발의 당시 앞선 5년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민간주택 23개 단지에 채권입찰제를 적용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환수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법안은 지난달 국토교통위원회 소위로 넘겨진 뒤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채권을 얼마나 사야 하는지와 매입 상한 등 세부 기준도 하위 법령으로 정하도록 해, 당첨자가 실제로 부담할 금액도 확정되지 않았다.
문제는 ‘로또’를 줄이려는 장치가 청약 문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수십억원의 분양대금을 마련해야 하는 강남권에서 채권 매입에 따른 비용까지 추가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는 접근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당첨 이익을 줄이려다 청약시장이 자금력 있는 사람에게 더 유리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추가 부담을 낮게 설정하면 거액의 당첨 이익을 줄이는 효과가 제한된다. 부담 수준에 따라 환수 효과와 청약자의 접근성이 함께 달라지는 셈이다. 채권 매입 기준과 상한을 정할 때 얼마를 환수할 것인지뿐 아니라 실수요자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따져야 하는 이유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개발 이익을 로또 청약 당첨자가 모두 가져가는 것도 문제지만 신혼부부 등 정책 대상자의 실질 분양가가 오르고 청약이 현금 부자들의 자금력 대결로 변질되는 것 역시 문제”라며 “당첨 이익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