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증권은 인공지능(AI) 모델 공급이 빠르게 다변화하면서 산업의 경쟁축이 단순한 모델 개발에서 토큰 유통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통신서비스와 IT서비스 사업자의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28일 밝혔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과 KT의 AI 모델 통합 플랫폼 ‘토큰팩토리’ 출시를 통해 AI 수익화 구조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며 “모델이 많아질수록 기업 입장에서는 모델 선택과 계정·보안 관리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라우팅과 번들링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S-1)를 공개 제출하며 나스닥 상장 절차를 시작했다. 상반기 매출액은 162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앤트로픽 지분 약 0.22%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SK텔레콤은 27일 장중 7.2%까지 상승했고 종가는 1.94% 오른 채 마감했다.
KT는 30일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AI 모델 통합 플랫폼 토큰팩토리를 공개했다. 출시 시점에는 73종의 거대언어모델(LLM)을 사용할 수 있으며 11월 오픈라우터 연계를 통해 500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프롬프트 압축을 통해 약 20%, 자동 모델 라우터를 통해 약 5%의 비용을 절감해 전체 토큰 사용량을 최대 25%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KB증권은 이 같은 변화가 AI 시장의 경쟁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라우터에서 유통되는 모델만 500종을 넘어서면서 기업은 업무별로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계정과 보안 체계를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하나의 고성능 모델을 사용하는 것보다 업무 난이도에 따라 경량 모델과 고성능 모델을 자동 배분하고 여러 모델을 묶어 제공하는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앤트로픽의 S-1에서도 AI 유통 구조의 변화가 확인됐다고 봤다. 앤트로픽 상반기 매출의 80%가 토큰 기반으로 발생했으며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S Azure) 등 인프라 사업자의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창출됐다.
이는 AI 모델 자체보다 ‘인프라+모델’을 묶어 제공하는 방식이 AI 유통의 핵심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모델 개발사가 토큰을 공급하고 클라우드 사업자가 이를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결합해 유통하는 구조가 확산될수록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T 토큰팩토리 역시 이 같은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토큰팩토리에서 제공되는 모델 가운데 7종은 국내 서버에서 직접 운영되며 실제 추론 작업은 KT 데이터센터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이뤄진다. 토큰 판매량 증가가 곧 데이터센터 GPU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특히 금융과 공공 등 데이터주권 요구가 높은 산업에서는 해외 클라우드보다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되는 AI 모델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감한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보내지 않고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향후 AI 인프라 사업자의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B증권은 이에 따라 국내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통신사는 네트워크 인프라와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AI 모델의 추론 수요가 늘어날수록 기존 통신사업 외에 새로운 인프라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T서비스 업체의 사업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이 여러 LLM을 동시에 도입하면 모델별 연동과 데이터 관리, 보안 가드레일, 사내 시스템 통합 등 추가적인 구축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삼성에스디에스(삼성SDS)와 LG씨엔에스(LG CNS)처럼 기업용 시스템 구축 경험과 클라우드·AI 역량을 갖춘 업체가 멀티 LLM 확산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단순 모델 사용을 넘어 실제 업무 시스템에 AI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스템통합(SI)과 클라우드 운영 역량의 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연구원은 “AI 모델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경쟁의 중심이 가장 좋은 모델 하나를 만드는 것에서 다양한 모델을 효율적으로 유통하고 실제 기업 시스템에 연결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AI 인프라와 모델 토큰의 결합은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통신서비스 사업자와 모델 연동·가드레일·사내 시스템 구축 역량을 갖춘 IT서비스 업체의 추가 사업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