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매출 4조228억원에 부과율 0.5% 적용…자진 시정 노력 반영
민사소송 배상 기각과 제재 구분…이순미 “1심도 기만광고 인정”

고사양 게임도 매끄럽게 즐길 수 있다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정작 특정 게임을 켜는 순간 최대 성능을 제한하도록 설정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기 온도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제한을 알리지 않고 뛰어난 게임 성능만 부각한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흐렸다는 이유로 2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갤럭시 S21·S22 시리즈와 갤럭시 탭S8 시리즈의 게임 실행 성능을 기만적으로 광고한 삼성전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1억14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정명령은 향후 같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며, 과징금은 잠정 금액이다.
문제가 된 광고 기간은 갤럭시 S21이 2021년 1월 15일부터 2022년 3월 21일까지, S22와 탭S8은 2022년 2월 10일부터 같은 해 3월 10일까지다. 삼성전자는 제품 출시와 함께 홈페이지와 홍보 영상, 신제품 발표회인 언팩 등을 통해 게임 실행 성능을 강조했다.
광고에는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갤럭시 사상 가장 빠른 칩” 등의 표현이 쓰였다. 고사양 게임에서도 빠른 터치 반응과 부드러운 화면 전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실제 게임 실행 때 적용되는 성능 제한은 알리지 않았다.
핵심은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의 ‘개별정책’이다. GOS는 게임 실행 때 발열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기기 온도 등 상태에 따라 성능을 조절하는 일반정책과 특정 게임에 적용하는 개별정책으로 나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개별정책은 특정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는 즉시 기기 상태와 무관하게 최대 동작 속도와 주사율 등을 미리 정한 값으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를 실행하면 중앙처리장치(CPU)의 최대 동작 속도는 2.99㎓에서 0.94㎓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818㎒에서 220㎒로 제한됐다. 각각 본래 최대 동작 속도의 31.4%, 26.9% 수준이다.
이처럼 동작 속도에 상한을 두면 빠른 화면 전환이나 복잡한 그래픽 처리에 높은 성능이 필요한 순간에도 제한된 값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없다. 게임이 멈추거나 반응이 지연되고 그래픽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소비자들도 화면 끊김과 해상도 저하 등을 겪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발열관리 기능의 필요성과 별개로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정보를 광고에서 누락한 점을 문제 삼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특정 고사양 게임을 실제 이용하는 소비자 비중이 작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 오인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게임 성능을 강조한 광고인 만큼 실제 게임 이용자로 범위를 좁혀 판단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 같은 CPU·GPU 최대 동작 속도 제한은 2022년 3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제됐다. 삼성전자는 당시 온도 제어를 완화하는 ‘게임 퍼포먼스 모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GOS 개별정책을 우회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도 풀었다. 공정위는 기기별 최대 동작 속도 제한이 해제된 날을 문제가 된 광고행위의 종료일로 봤다.
과징금 산정에도 이러한 자진 시정 노력이 반영됐다. 심사관은 당초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최대660억원의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지만, 위원회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 위반 기간 해당 제품의 관련 매출액 약4조228억원에 부과기준율 0.5%를 적용해 과징금을 산정했다.
이순미 공정위 상임위원은 “사회적 논란이 일어난 뒤 신속하게 자진 시정하고 피해를 방지·예방하려는 노력을 많이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된 점에 대해서는 광고의 위법성 판단과 손해배상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상임위원에 따르면 2025년 6월 민사1심은 기만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원고들의 손해액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2026년 2월 항소심은 강제조정으로 마무리됐으며, 이 역시 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거친 판결과는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이 상임위원은 “공정위는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정보가 광고에서 누락됐는지,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지 등을 판단한 것”이라며 “상품의 특정 성능을 장점으로 강조해 광고하면서 해당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한사항이 있다면 소비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