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6년 만에 서킷브레이커 발동
투자자들, 브라질 재정 건전성 우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재선에 브라질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우파 정권 교체가 무산되면서 주가와 헤알화 가치가 동반 급락하고 시장에서는 6년여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만8474.33포인트(13.88%) 급락한 17만6608.23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낙폭이 17.34%까지 확대되면서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에도 발작 수준의 증시 급락 추세는 진정되지 않았다. 일부 종목은 최대 60% 폭락했으며 중소형주 지수는 27% 떨어져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외환시장에서도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오후 장중 약 8% 급락했다. 1999년 브라질이 고정환율제를 폐지한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리스와프 시장에서도 일부 계약의 금리가 3%포인트(p) 넘게 급등했다. 주식·채권·통화 전반에 걸쳐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난 것이다.
이번 폭락은 금융시장의 예상과 다른 대선 결과에서 비롯됐다. 투자자들은 이달 초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우파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가 선두에 오르자 재정 긴축과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브라질 자산을 매수해왔다. 당시 UBS글로벌자산운용,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브라질 금융시장에 낙관적인 전망을 앞다퉈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51.8%를 득표율을 기록해 역전승하면서 시장은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헤리티지캐피털파트너스의 에두아르두 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2001년부터 금융시장을 지켜봤지만 이날과 같은 규모와 속도의 시장 움직임은 9ㆍ11 테러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 등 극히 드문 경우에만 목격했다”고 말했다.
시장 불안의 핵심은 재정 건전성이다. 브라질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9%를 넘고 국가채무는 GDP의 80%를 웃돈다. 룰라 정부가 복지 지출과 소비 진작 정책을 유지할 경우 재정적자 축소와 금리 인하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JP모건은 대선 결과 발표 이후 브라질 헤알화와 채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브라데스코 BBI도 브라질 주식에 대한 투자 전망을 ‘중립’으로 낮췄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차기 재무장관 인선과 룰라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반응이 지나치다는 분석도 있다. 웰스파고의 알바루 비방쿠 전략가는 급격한 매도세를 과도한 반응이라고 평가하며 달러당 5.56헤알 수준에서 헤알화 매수를 추천했다. 그는 새 정부가 재정 위험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며 헤알화 가치가 달러당 5.30헤알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