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얼마 필요하세요?”…K바이오 이종사업 M&A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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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확보 위해 신약개발 대신 빵집·호텔까지 인수
증권사·회계법인부터 개인 자문사까지 인수·매각 연결
상장폐지 매출 기준 100억까지 상향…사업 다각화 한계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유지 부담과 매출 다변화 필요성 속에 이종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있다. 신약개발 성과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미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증권사와 회계법인, 인수합병(M&A) 전문회사뿐 아니라 개인과 컨설팅업체들도 기업 인수·매각을 연결한다. 다만 높은 인수 가격과 자금조달 부담에 거래가 쉽지 않은 데다 상장폐지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이종사업 M&A가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약개발 기업이 빵집·호텔까지 인수하는 이유는

일부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들은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신약 개발만으로는 단기간에 매출을 창출하기 어려운 만큼 이미 매출과 거래처를 확보한 기업을 인수해 외형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대표적으로 셀리드는 2024년 베이커리 업체 포베이커를 인수하며 식품 사업에 진출했고 유전체 진단기업 셀레스트라(옛 클리노믹스)도 호텔과 버섯 스마트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신약개발 기업 올리패스 역시 기존 연구개발 사업과 부동산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최근에는 면역질환 신약개발 기업 샤페론이 뷰티·홈 헬스케어 기업 니즈테크 지분 60%를 인수하며 이 분야에 진출했다.

기업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정관에 본업과 거리가 있는 신사업을 추가하는 기업도 많다. 체외진단 기업 진시스템은 폐타이어 처리와 암모니아 수출입업, 재생에너지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진단기업 엔젠바이오는 음식점업과 식음료 프랜차이즈업을 정관에 포함했다. 세포배양 배지 개발기업 엑셀세라퓨틱스는 스킨부스터 유통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넣었다.

바이오 기업들이 이종사업에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신약개발 산업의 특수성이 있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시험과 품목허가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기술수출에 성공하면 계약금 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성과를 내는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 연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상업화 이전까지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기업도 적지 않다.

특히 상장사일 경우 일정한 상장유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매출액 요건 등에 유예기간이 적용되지만 기간이 종료되면 관련 기준에 대응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은 신약개발 성과가 매출로 연결되기 전에 다른 사업을 통해 매출 기반을 확보할 필요가 생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바이오벤처는 매출이 없으니 상장유지를 위해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도매업 등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술특례상장으로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할 기업들이 엉뚱한 곳에 힘을 쏟는다”라고 지적했다.

매출 필요한 바이오 기업 찾아다니는 M&A 자문시장

기업 M&A는 일반적으로 증권사와 회계법인, M&A 전문회사가 자문과 거래 주선을 담당한다. 그러나 거래 규모가 작은 바이오 업계에서는 개인이 인수·매각을 연결하거나 별도 회사를 설립해 컨설팅과 자문 형태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인수 후보를 찾기도 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 중 매출을 맞추려고 M&A를 고려하는 곳이 많고 실제 소개해 주는 브로커가 있다. 이들은 매출을 맞추고 싶어 하는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영업사원처럼 활동한다”고 귀띔했다.

M&A 자문사 관계자는 “기업 오너가 매각을 결정한 뒤 전문기관에 위임하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을 통해 알음알음 매각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며 “증권사나 회계법인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주로 다루다 보니 개인이 활동하다 회사를 설립한 컨설팅업체나 전문 자문회사도 시장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M&A 시장에는 개인 단위로 활동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며 “벤처캐피털협회나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자문기관을 등록하거나 선정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개인 네트워크를 통한 거래 연결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과정에서는 인수 대상 기업의 가격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실제 인수 제의를 받았던 한 바이오 기업 임원은 “인수 제안을 받아 검토한 적이 있지만 상대방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불러 거절했다”며 “본업과 너무 이질적인 사업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가격이 맞지 않으면 거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일정 수준에 머물러 성장에 한계를 느끼는 일반 기업은 회사를 매각하려 할 수 있고 매출이 필요한 바이오 기업은 이를 인수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형태의 M&A가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상당수 신약개발 기업이 연구개발비 부담과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 M&A 전문 컨설팅 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규모가 작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을 인수하려면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전환사채(CB)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 경우 투자자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해 거래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장 바이오 기업이 주도적으로 인수 대상을 찾는 경우뿐 아니라 외부 인수자가 위기에 놓인 상장사를 인수해 우회상장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며 “거래의 주도권이 반드시 바이오 기업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매출 기준 100억원까지 강화…이종사업 인수도 한계

앞으로는 이종사업 M&A를 통해 상장유지에 필요한 매출을 확보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코스닥시장의 부실기업 퇴출을 촉진하기 위해 매출액과 시가총액 등 상장폐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폐지 매출액 기준은 올해 30억원에서 2027년 50억원,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높아진다. 시총 600억원 이상을 유지하는 기업은 매출액 기준 적용에서 제외되지만 매출액 요건 적용 대상 기업에는 부담이다. 기존에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 한 곳을 인수해 부족한 매출을 보완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더 큰 규모의 사업을 확보하거나 여러 사업을 동시에 운영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매출 기준이 100억원까지 높아지면 기존처럼 작은 기업을 인수해 부족한 매출을 채우는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인수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거나 여러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본업과 부업이 뒤바뀌는 주객전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매출이 많은 기업을 인수한다고 반드시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인수한 사업의 영업이익이 낮거나 추가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면 바이오 기업의 재무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인수 비용이 연구개발 투자 여력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정 원장은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할 기업들이 다른 사업에 역량을 분산하면 기업 가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주가가 하락하고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매출액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주가 관련 요건은 각각의 특성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종사업 M&A의 성패는 단순히 매출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아니라 인수한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본업인 신약개발에도 도움이 되는지에 달려 있다. 매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기업 인수가 당장의 상장유지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와 신약개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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