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중국 증시⋯5월 고점 대비 시총 3.5조달러 증발

기사 듣기
00:00 / 00:00

소비 부진ㆍ출혈 경쟁에 기업 실적 부진 수렁
시장 전망 평균 9% 밑돌아
경제성장률 목표권 진입에 대규모 부양책 기대 ↓

▲상하이 야경을 배경으로 한 증시 전광판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주식시장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 부진과 기업 간 출혈 경쟁이 실적을 짓누르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당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서두를 정도로 악화하지 않아 투자자들은 실적 악화와 부양책 공백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 증시는 5월 고점 이후 시가총액이 3조5000억달러(약 4600조원) 감소했다. 특히 지난주 매도세는 더욱 거세졌다. 중국 본토 대표 지수인 CSI300지수는 약세장에 진입했고 홍콩에 상장된 기술주 지수는 2년 전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이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위기에 놓였다.

투자자들의 우려 중심에는 장기화하는 소비 부진과 기업들의 출혈 경쟁이 은행부터 전기차 제조사, AI 모델 개발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업종의 실적을 더 크게 짓누르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실제 MSCI 중국지수 구성 종목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3월 말 이후 4% 넘게 하향 조정됐다. 그런데도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시장 전망치를 평균 9% 밑돌았다.

여기에 경쟁 심화로 기업들의 현금 여력마저 줄었다. 특히 값비싼 AI 인프라 구축에 앞다퉈 투자하는 중국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그렇다. 이에 일부 기업은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해 주가 하락 압박을 더했다. 가령 알리바바그룹은 8월 100억달러 유상증자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감내할 만한 속도라는 판단 아래 중국 지도부가 경기 부양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올들어 9월까지 증가율은 4.6%로 연간 목표인 4.5~5% 범위에 다시 들어왔다. 경제성장률이 목표 범위에 들어오면서 당국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거나 이미 역사적으로 낮은 차입 비용을 더 낮추지 않은 채 점진적인 경기 지원을 이어갈 명분을 얻었다.

BNP파리바의 윌리엄 브래턴 아시아·태평양 현물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정책 당국은 현재 경제성장의 양상에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주식시장에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매도세가 거세지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기업 이익을 깎아내릴 만큼 경제가 약한데도 강력한 새 경기 부양책을 끌어낼 정도로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의 추가 하락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베렌베르크의 울리히 우르반 멀티에셋 전략·리서치 책임자는 “중국 증시가 최악의 상황이 끝났다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가장 큰 우려는 여전히 수익성으로 중국의 강한 생산·수출 경쟁력이 내수와 가격 결정력,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미토모미쓰이DS자산운용의 스탠리 탕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국 기업보다 실적이 나은 일본·한국·대만 기업을 늘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떠오르는 방안이 별로 없다”며 “기술 자립을 더 추진하더라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해지는 모습은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중국 본토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은 지난해 7월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신용거래 잔액도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한편으로는 최근 급락으로 일부 투자자에게는 중국 주식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예컨대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중국 법인은 “3분기 하락이 주로 유동성 문제에서 비롯됐고 밸류에이션도 높지 않다”며 “중국 주식에 대해 신중하게 낙관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이 장기 자본 형성에 우호적인 데다 채권 수익률이 낮아 주식시장으로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