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제16대 위원장 선거에 4명의 후보가 출마한다. 이들은 주요 현안을 두고 의견이 제각기 다른 만큼 이번 선거는 다자구도로 치러진다. 특히 선거에서는 차기 지도부 최대 쟁점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놓고 후보 간 시각차가 커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6일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교육장에서 '직선 5기 입후보자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레이스에 돌입했다. 차기 위원장 선거에는 기호순으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양경수 현 민주노총 위원장, 김민영 전교조 충북지부장, 최준식 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 총 4명이 입후보했다.
투표는 다음 달 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며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월 6∼10일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당선자를 가리게 된다. 새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각 후보는 정부와의 '사회적 교섭'을 두고 견해차를 보였다. 연임에 도전하는 양경수 위원장은 "AI로 높아진 생산성 때문에 일자리를 줄일 게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이자고 요구해야 한다"며 "사회적 교섭에서는 산업·업종별 분과위원회를 둬 산별교섭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또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의 조직적 이석으로 사회적 교섭 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 뜻을 확인하고 당선 즉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해 교섭·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엄길용 후보는 "노동자들에게는 지금이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라며 "대안 없는 교섭은 필패하고 전략 없는 사업은 현상 유지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데 여전히 철 지난 대화의 필요성만 두고 소모적인 패권이 발동되고 있다"고 말해 현 집행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엄 후보는 16개 산별에 갇히지 않는 공동투쟁 기획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김민영 후보와 최준식 후보 역시 현 지도부의 기조를 꼬집었다. 김민영 후보는 "상층 지도자들이 민주노총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며 "양경수 위원장이 보수정당 이재명 후보의 조직적 지지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우물쭈물하다 원청교섭 무력화 시행령 해석지침 공격에 대비하지 못했고, 초광역특구법 뒤통수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사노위는 들어갈 필요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 밖에 민주노총당을 창당해 2028년 총선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준식 후보는 "이번 선거를 양경수 집행부 6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며 "민주노총의 노선을 완전히 교체해야 하며 정파 중심이 아니라 산별노조 중심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 후보는 "대의원대회가 정한 정치방침은 집행부가 무겁게 책임지고, 조합원이 결정의 주인이 되는 민주노총으로 되돌리겠다"고 말했다.
내년 초 출범할 차기 민주노총 집행부는 당선 직후부터 산적한 노동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다. 특히 경사노위 복귀를 둘러싼 조직 내 강온파 간의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차기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한 이후 27년째 경사노위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양 위원장은 정부·경영계와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복귀를 추진해 왔지만 무산됐다. 7일 민주노총은 약 3시간의 찬반 토론 후에 경사노위 복귀 찬반 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전체 대의원 1766명 중 790명만 자리해 표결 절차에 돌입하지 못했다. 당시 대의원 250여 명이 이석하면서 투표를 위한 재적 대의원 과반(884명)을 채우지 못하는 등 내부 이견을 보였다.
당정이 추진 중인 주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완화 등 노동특례를 담은 '초광역특구법(메가특구법)'의 저지 역시 차기 지도부의 핵심 의제다. 해당 법안에는 연구개발(R&D) 종사자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제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최대 6개월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등 규제 완화 조항이 포함됐다.
민주노총은 일방적인 노동특례 추진은 사회적 대화의 전제와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대노총은 23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특례가 포함된 초광역특구법 발의에 대해 심각한 분노와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법안 발의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연대와 투쟁을 통해 법안을 저지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AI 시대 전환에 따른 대응과 청년과 플랫폼 노동자를 포섭하는 조직 혁신도 숙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