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격공세에 볼보·벤츠 등 ‘한국 전략가격’ 확산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의 가격 기준을 빠르게 낮추면서 가격 경쟁이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로까지 번지고 있다.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생산 차량과 비야디(BYD)가 2000만~5000만원대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를 확대하자 볼보와 메르세데스-벤츠, 폴스타 등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한국 판매가격을 낮추거나 가격 경쟁력을 높인 모델을 잇달아 투입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가 촉발한 가격 경쟁이 수입차 시장 전반의 판매 전략을 바꾸는 모습이다.
26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가격 경쟁의 선두에는 중국 생산 차량이 자리하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를 앞세워 5000만원대로 국내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BYD는 올해 소형 전기차 돌핀의 시작가격을 2450만원으로 책정했다.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는 전기차에 머물지 않고 있다. BYD는 국내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씨라이언6 DM-i를 3750만원에 출시한 데 이어 10월에는 사륜구동(AWD) 모델을 4190만원에 추가했다. 전기차에서 시작된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강점을 보여온 중형 친환경 SUV 시장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산 차량의 가격 공세는 기존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의 판매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소형 전기 SUV EX30 가격을 최대 761만원 낮췄다. 엔트리 트림인 EX30 코어의 가격은 기존 4752만원에서 3991만원으로 내려갔으며 가격 조정 이후 일주일 만에 신규 계약 1000대를 넘어섰다.
플래그십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볼보는 전기 세단 ES90의 국내 시작가격을 7294만원으로 책정했다. 볼보 측은 “글로벌 주요 시장보다 약 5000만원 낮은 수준”라고 밝혔다. 저가 전기차뿐 아니라 고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한국 판매가격을 별도로 낮게 책정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배터리 종류를 다변화해 전기차 진입가격을 낮췄다. 신형 전기 CLA 가운데 CLA 200에는 58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해 가격을 5290만원부터 책정했다. 85kW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한 CLA 250+는 6370만원부터 판매한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LFP 모델과 긴 주행거리를 갖춘 NCM 모델로 선택지를 나누면서 프리미엄 전기차의 가격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대규모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공장을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는 테슬라와 BYD 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를 확대하면서 기존 완성차 브랜드에도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 가격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전동화 투자 여력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가격 기준선이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치킨게임’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