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진다는 신작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4’가 23일 출시됐다. 공개 이후 일부에서는 정전 상태인 한반도의 전쟁을 오락물로 다루는 게 적절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북한군의 인권 탄압과 주민 처형을 묘사한 장면이 지나치다는 반응도 나왔다.
전쟁의 기억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다만 그것이 특정 소재를 창작의 금기로 만들자는 요구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영화 ‘암살자(들)’ 논란 때 더불어민주당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창작의 자유를 옹호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침공을 그린 게임도 허구의 창작물로 놓고 평가할 일이다. 영화에는 상상력을 허용하고 게임에는 민족의 아픔을 이유로 들어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원칙은 어디에 있는가.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과거 ‘모던 워페어2’에서 워싱턴과 백악관이 공격받는 상황도 그렸다. 당시에도 미국에서 워싱턴을 게임 속 전장으로 묘사해도 되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백악관 장면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웠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번 게임은 한반도 전쟁을 다뤘다는 이유로 대북정책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국내 정치 공방으로 번졌다.
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게임을 해보라고 한 것도 썩 세련된 공세는 아니다. 게임 한 편이 대통령의 안보관을 검증해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발언을 따져 묻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핵무기를 ‘최후 방어 무기’라고 표현했다. 전작권 환수의 필요성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더라도, 북한의 핵 위협을 체제 방어 논리로 설명하는 것이 적절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게임 속 가상의 침공보다 현실의 북핵을 바라보는 정부의 언어가 먼저 검증 대상이다.
작품을 비판하는 일과 창작을 금기시하는 일은 다르다. 게임 한 편이 나올 때마다 정치권이 역사와 안보의 잣대를 들고나와 진영 공방을 벌이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백악관이 공격받는 상상은 게임의 소재가 되는데, 한반도 전쟁은 왜 창작의 경계부터 따져야 하나. 창작의 자유를 말할 때 작품과 매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원칙이 달라져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