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 "반도체 발전, 안성시민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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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약 15개중 2개 완료…고삼저수지 우회방류·송전선 지중화·정부협의체 구성 요구

▲김보라 안성시장이 23일 안성시청 대회의실에서 용인 반도체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처리수 방류 방식과 송전선로 지중화, LNG발전소 입지 조정 등 안성시의 대응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김 시장은 24일 페이스북에서 “2021년 체결한 상생협약은 15개 과제 중 단 2개만 완료됐다”고 밝혔다. (안성시)
"왜 국가산업의 발전을 위해 안성시민이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까."

김보라 안성시장이 24일 페이스북에 던진 물음이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대응 방침을 시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글에서다. 김 시장은 2021년 체결한 상생협약의 15개 과제 가운데 완료된 것이 2개라고 공개하고, 처리수를 고삼저수지로 흘려보내는 방식부터 다시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글의 제목은 "반도체산업의 발전, 안성시민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됩니다"였다. 김 시장은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우리 시민들이 살아온 터전과 농업환경이 위협받고, 일상의 안전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결코 올바른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행실적을 숫자로 내놓은 대목이 눈에 띈다. 김 시장은 “2021년 체결한 상생협약은 15개 과제 중 단 2개만 완료됐습니다”라며 "방류수는 하루 최대 48만t으로 늘어났고, LNG 발전소와 송전선로 문제까지 더해졌다"고 썼다. 안성시가 완료된 것으로 분류한 과제는 산업단지 물량 배정과 용인 평온의숲 이용료 감면 등 2건이다.

재협상 대상인 협약은 2021년 1월11일 체결됐다. 경기도와 안성시, 용인시, SK하이닉스, SK건설, 용인일반산업단지 등 6개 기관·기업이 참여했다. 경기도는 당시 18차례 분과별 실무회의와 5차례 전체회의를 거쳐 수질·산업단지·수변개발·상생협력·농산물·하천·도로 등 7개 의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지방정부와 대기업 사이의 갈등을 해소한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협약에는 감시 장치도 있었다. 당사자들은 처리수의 수질과 수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방류수의 수질 상태와 생태계 영향을 합동조사해 결과를 매년 공개하기로 했다. 모든 조사 과정에 주민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안성 지역 산업단지 조성 지원과 농산물 판로 확대, 하천 정비, 도로망 확충도 합의 대상이었다.

김 시장이 페이스북에서 요구한 것은 네 가지다. 첫째는 기존 협약 재논의다. 그는 "지켜지지 않은 약속은 이행하고, 달라진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상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적었다.

둘째는 구체적 피해 방지책이다. 김 시장은 "고삼저수지 우회 방류, LNG발전소 위치 조정, 송전선로 지중화 등 환경과 농업 피해를 막을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3일 기자회견에서는 "기존 협약에 따른 관계기관의 책임은 유지하되, 방류 방법까지 포함한 추가 협상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직접 방류할지, 바이패스 방식으로 할지부터 다시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정부의 참여다. 김 시장은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주민이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째는 안성시의 대응 강화다. 환경·안전·에너지 전담 공무원으로 '용인반도체 산업 대응 추진단'을 구성하고,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내용이다. 시는 전담 인력 4명을 배치했다.

여건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안성시가 제시한 제12차 산업단지계획 변경안에서 하루 처리수 방류계획량은 종전 약 33만t에서 48만t으로 늘었다. 증가분은 하루 약 15만t으로 종전 계획의 약 45%다. 다만 이는 산업단지 전체의 계획 방류량으로, 실제 가동에 따른 배출량이나 고삼저수지에 직접 유입될 물량과는 구분된다.

안성지역을 경유하는 신규 송전선로는 7개 노선이다. 시는 주민 생활권과 재산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노선 조정과 지중화를 요청하고 있다. LNG발전소는 안성지역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입지 조정과 환경영향 분석, 대기오염 저감대책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움직임도 글에 담겼다. 김 시장은 "시민 여러분의 걱정과 답답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농지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삭발까지 감행하신 시민들의 절박한 마음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적었다.

협약 파기 요구는 2025년부터 공식화됐다. 안성시의회는 2025년 4월30일 제230회 임시회에서 상생협약 파기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협약에 이행을 강제할 조항이 없고 지역 농산물 우선구매와 기업 유치 등 주민에게 약속한 이익의 실현 여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이달 들어 요구는 다시 거세졌다. 19일 고삼면 주민과 시민 등 150여 명이 안성시청 앞에서 처리수 방류계획 철회와 협약 파기를 촉구했고, 안성시의회도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성지역으로의 처리수 방류 전면 철회와 협약 무효화를 요구했다.

김 시장은 보완 협상을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협약을 폐기하면 관계기관이 이미 약속한 수질관리와 지역 상생사업의 책임까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23일 기자회견에서는 안성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협약 유지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도 협약 변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이 방류량 확대와 안성지역 환경 부담을 지적하자, 변경된 사업 여건을 반영한 새로운 상생협약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시장은 페이스북 글을 이렇게 맺었다. "안성시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혜택이 아닙니다. 우리 시민들이 지금처럼 안심하고 살아갈 권리, 농민들이 평생 일궈온 땅에서 계속 농사지을 권리, 그리고 함께 발전할 권리입니다. 국가산업은 함께 발전해야 하고, 그 책임도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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