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쓰며 환자와 눈 맞춤”⋯삼성서울병원이 구축한 AX선순환 [병원 AX현장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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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삼성서울병원 AX추진단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빌딩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 AX추진단장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병원의 AI 활용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키보드 두드릴 시간 아껴서 환자 얼굴 한 번 더 본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AX추진단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병원의 AX를 이렇게 요약했다. 의료진을 소진시키는 사소한 잡무를 자동화하고, 임상 역량에 날개를 달아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 단장의 전망이다.

본지는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 AX추진단장실에서 이 단장을 만나 AI로 변화하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서울병원은 해외 병원들이 ‘배우러 찾아오는’ 디지털 인프라를 갖췄다. 올해 뉴스위크(Newsweek) 선정 ‘월드 베스트 스마트병원(World's Best Smart Hospitals)’ 전 세계 4위에 올랐다. 이달 국제병원연맹(IHF) 세계병원대회(World Hospital Congress) 기간에는 클리브랜드 클리닉, 마운트 시나이, MD 앤더슨 등 해외 상위 병원 인사들이 진료·연구 환경을 둘러보기 위해 앞다퉈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다.

이런 성과는 삼성서울병원이 디지털 전환(DX)부터 누적한 경험과 역량에 기반했다. 대다수 병원이 수기 기록과 영상검사 필름을 사용하던 1996년 삼성서울병원은 ‘필름과 슬립(Slip) 없는 병원’을 표방하며 선제적으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과 처방전달시스템(OCS)을 구축했다. 2003년엔 자체 개발 전자의무기록(EMR)인 스미스(SMIS)를 도입했고, 2016년부터 차세대 EMR 다윈(DARWIN)으로 개선했다. 현재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거대언어모델(LLM)인 SMC-GPT를 사용하며, 다윈에 연동한 AI 서비스 다이아(DAIA)를 개발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의 AX추진단은 병원의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을 지휘한다. 이 단장은 “애초 센터나 연구소 규모의 조직이 의료기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구를 진행했지만, 2020년 데이터중심병원 사업을 시작하면서 병원 내에 흩어져 있던 IT 및 데이터 관련 부서들을 통합해 혁신 거버넌스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2~3년 새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진료 환경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기민하게 대응해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근무자가 삼성서울병원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SMC-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소수의 연구자만이 아닌, 병원 구성원 모두가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 삼성서울병원의 특징이다. 올해 7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LLM인 'SMC-GPT'를 오픈했다. 간호사들이 다수의 처방 약물 혼합 가능 여부를 확인하거나, 전공의들이 방대한 환자 기록을 요약하는 데 활용한다. 많은 서류가 오가는 입·퇴원·전원 등 원무에도 도움이 된다.

이 단장은 “병원은 민감한 환자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외부의 퍼블릭 AI 모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어, 인터넷망이 차단된 병원 내부망에서 작동하는 자체 모델”이라며 “환자들이 병원에 가져오는 의료 기록과 각종 검사 결과는 갈수록 방대해지는데, SMC-GPT는 이를 신속하고 면밀히 파악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SMC-GPT 다음 단계로는 DAIA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환자들이 외부 병원에서 가져온 수십 장의 종이 기록을 스캔해 텍스트로 변환 및 요약해 주는 ‘다이아 스캔’, 진료실에서 환자와 나누는 대화를 인식해 한국어와 의학용어 영문을 섞어 자동으로 의무기록을 작성해 주는 ‘다이아 보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클릭 한 번으로 환자의 데이터를 요약 정리하는 ‘다이아 서머리’는 지난달 오픈해 사용 중이다.

이 단장은 “3차 병원 특성상 환자들이 타 병원 기록을 골무를 끼고 넘겨봐야 할 만큼 방대하게 들고 오는데, 다이아 스캔을 통해 이를 모두 디지털화하고 서치할 수 있게 되면 업무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라며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다이아 보이스까지 본격 도입되면, 의사가 진료 중 모니터만 응시하며 타이핑을 하는 대신 환자의 얼굴을 마주 보며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AX추진단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빌딩에 위치한 삼성서울병원 AX추진단장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병원의 AI 활용 현황과 전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AI가 진료 현장에 스며들면서 의료진의 수련과 성장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방대한 기록을 직접 찾아보고 종합하는 고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환자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임상 역량을 기를 수 있는데, AI가 제공하는 요약본만 활용하면 학습 기회가 사라질 수 있어서다. 이 단장은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역량 함양을 위한 ‘가드레일’을 병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전공의들이 AI가 도출한 결론을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고 따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라며 “AI는 어디까지나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이 스스로 내린 결과를 검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보조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연차와 숙련도에 따라 AI 기능 사용 권한을 제한하고 있으며,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게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성공적인 AX 전환을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단장의 시각이다. 현재 국내 의료 현장에는 질병 발생 및 환자 예후를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등의 의료AI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병원들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운영, 정보 보안 등 인프라 유지 비용 역시 점점 더 불어나는 부담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이 단장은 “AI가 실제 환자 케어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직접 기여한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수가가 반드시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라며 “AI로 단순 반복 업무를 줄여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병원이 돈을 벌거나 의료진이 편해지기 위함이 아니라, 그 시간만큼 환자와 한 번 더 눈을 맞추고 깊이 고민하며 진료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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