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매출 206조→333조…외형 62% 성장
첫 대형 M&A 하만, 전장 사업의 성장축으로
반도체 위기 극복·AI 전환…뉴삼성 도약 시험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2년 5개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사실상 경영을 이어받은 이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이 회장은 반도체 불황과 사법 리스크 등 잇따른 위기 속에서도 삼성의 외형을 키우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장했다. 국내 기업 사상 최초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를 포함해도 최초의 기록이다.
25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 의결로 회장에 취임했다. 공식적인 회장 재임 기간은 4년이지만 실질적인 경영의 출발점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을 주도하면서다.
이 회장 체제에서 삼성의 외형은 한층 커졌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14년 206조2060억원에서 2025년 333조6059억원으로 약 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 규모도 확대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넓혔다.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재편과 투자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미국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 인수다.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추진한 첫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삼성의 사업 영역을 자동차 산업으로 확장한 결정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당시 삼성전자는 약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투입해 하만 인수를 결정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로는 당시 최대 규모였다.

성장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 등 사법 리스크 속에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2020년 기소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기까지 약 5년이 걸렸다. 장기간 이어진 사법 불확실성은 그룹의 중장기 투자와 경영 안정성을 둘러싼 부담으로 작용했다.
2022년 회장 취임 이후에는 반도체 불황과 AI 시장 재편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닥쳤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3년 6조5670억원으로 급감했다. 글로벌 메모리 수요 위축에 더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재점검해야 했다. 이후 실적은 반등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2024년 32조7260억원으로 회복한 데 이어 지난해 43조6011억원으로 늘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AI 관련 수요 확대가 실적 회복을 뒷받침했다.
경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 회장은 취임 당시 책임경영 강화와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후 주요 사업의 경영진 교체와 조직 재정비를 추진하며 기술 경쟁력 회복과 실행력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협력 관계를 넓히며 AI 산업 재편에 대응하는 행보도 강화했다.
이 회장의 지난 12년은 선대회장이 구축한 글로벌 사업 기반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시기라는 평가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인 전자기업으로 도약시켰다면 이 회장은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사업 경쟁력과 성장 전략을 다시 정립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