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차입 활용 땐 지분 희석 없이 자금 조달
전략적 투자유치도 대안…성장 이익 배분은 부담
HBM·eSSD 투자 경쟁 속 자본 배분 전략 주목

SK하이닉스가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면서 향후 성장자금 조달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체 현금흐름을 활용하는 방안부터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 전략적 투자자 유치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거론된다. 핵심은 솔리다임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면서 기존 주주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데 있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은 내부 현금이다. 반도체 슈퍼호황을 바탕으로 확보한 현금을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재무적 여력은 충분하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88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33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18조6000억원으로 줄었고 순현금은 69조4000억원에 달했다. 2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6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자금 투입은 지분 희석 없이 솔리다임의 성장 성과를 온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시설과 첨단 패키징, 차세대 D램 투자도 동시에 확대하고 있어 자금 배분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당장 현금이 충분하더라도 향후 대규모 설비투자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회사채 발행과 금융기관 차입도 대안으로 꼽힌다. 모회사인 SK하이닉스가 자금을 조달해 솔리다임에 출자하거나 솔리다임이 자체적으로 외부 차입에 나서는 방식이다. 지분을 외부에 넘기지 않으면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해 7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한 경험도 있다. 다만 회사채와 차입은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반도체 업황이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경우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도 검토 가능한 선택지다. 글로벌 빅테크나 AI 인프라 기업과 협력해 솔리다임에 자금을 유치하거나 특정 설비투자에 공동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투자 부담을 분산하고 장기 고객사까지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외부 투자자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향후 성장에 따른 이익을 나눠야 한다. IPO와 달리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지분 희석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의 경영 참여 범위와 향후 지분 처분 조건 등도 주요 협상 변수다.
SK하이닉스의 과제는 자금 조달 규모보다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는 분석이다.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에서 동시에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사업별 수익성과 투자 시점을 고려한 재원 배분이 중요해졌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달 초 투자 재원 활용 방안을 설명하면서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집행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내부 자금과 외부 자본의 활용 여부를 시장 상황과 투자 시점,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솔리다임의 상장 검토는 중단됐지만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는 SK하이닉스가 지분가치를 유지하면서 투자 속도까지 확보할 수 있는 자금조달 조합을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