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2030년 채권만기 4조6483억원…”앞으로는 시군과 상의" 약속 뒤 첫 협의회 간담회
경기도의 지방채 이자 부담이 내년 하루 4억8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하루 3억9000만 원에서 9000만 원 늘어난 수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3일 국정감사에서 직접 제시했다. 추 지사는 21일 시장·군수 대표들을 만나 "지방채를 한도까지 다 발행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조원 넘게 재정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빌릴 수 있는 만큼 빌려도 메워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22일 경기도와 행정안전부, 한국예탁결제원 공개자료를 종합하면 추 지사는 21일 오후 도담소에서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임원단과 첫 간담회를 열고 2027년도 예산 편성 방향을 논의했다. 최대호 협의회장(안양시장)과 민경선(고양)·김보라(안성)·서태원(가평) 부회장, 임병택 사무총장(시흥), 전진선 감사(양평), 정명근 대변인(화성)이 참석했다.
추 지사는 "내년도는 지방채를 한도까지 다 발행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조 넘게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런 사정을 말씀드리고 논의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방채 발행을 꺼린다는 시각에는 "발행 한도까지 모두 끌어써도 예산이 모자라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이자 부담은 국정감사에서 이미 쟁점이 됐다. 추 지사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방채 이자가 올해 하루 3억9000만원에서 내년 하루 4억8000만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를 365일로 단순 환산하면 연간 1752억원이다. 다만 이는 국정감사 발언을 환산한 금액으로, 2027년도 예산서상 이자지출 확정액과는 구분해야 한다.
원금도 집중적으로 만기를 맞는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등록된 경기도 발행 채권을 만기일 기준으로 집계하면 2027년 1조2634억원, 2028년 1조2446억원, 2029년 1조1287억원, 2030년 1조116억원이 상환 시점을 맞는다. 4년 합계 4조6483억원이다.
만기 도래액 전체를 새 채권으로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립된 상환재원과 지역개발기금 운용 상황에 따라 방식이 달라진다. 그러나 차환하는 경우 금리 수준이 이자 부담을 좌우한다.
금리 환경은 발행 당시와 달라졌다. 2021~2022년 발행된 경기지역개발채권의 표면금리는 연 1.05%였고, 올해 발행된 지역개발채권은 연 2.0% 수준이다. 시장모집 방식 지방채는 더 높다. 2025년 2월 발행한 3년물 2099억원은 연 2.900%, 올해 5월 발행한 5년물 1978억원은 연 4.265%였다. 다만 두 채권은 발행 조건이 달라 연 1%대 물량이 모두 연 4%대로 차환된다고 볼 수는 없다.
채무 총액도 늘었다. 행정안전부 자료결과, 경기도 지방채무 잔액은 2020년 1조7693억원에서 2025년 6조694억원으로 4조3001억원, 약 243% 증가했다. 이 통계는 2020~2025년 수치로, 올해 7월 취임한 추 지사의 재임 기간에 발생한 증가분과는 구분해야 한다.
세입 구조가 부담을 키웠다. 경기도의 세입 절반을 차지하는 취득세는 2022년 11조 원에서 올해 8조 원 수준으로 25.9% 줄었다.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여서 초과세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도는 올해 가용재원이 일반회계의 9.8%인 3조5185억 원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2024년 기준 경기도의 사회복지 분야 지출 비중은 45.4%, 경상수지비율은 86.09%로 각각 전국 광역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다만 사회복지 지출 전체가 지역화폐나 청년기본소득 같은 현금성 사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국비와 연계된 법정 복지사업이 포함된 수치여서 도 자체사업과 구분해야 조정 가능한 규모가 드러난다.
갈등의 중심은 도비 보조율이다. 이 방안은 21일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경기도는 9월 3일 도청 재난상황실에서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재로 31개 시·군 부단체장이 참석한 ‘2027년 본예산 편성 관련 영상회의'를 열고, 도비 보조율이 30%를 넘는 시·군 보조사업에 기준보조율 30%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기존에 사업비의 40~50%를 도비로 지원받던 사업도 도 부담이 30%로 낮아지고 나머지 70%는 시·군이 떠안는 구조다.
시·군은 즉각 반발했다. 민생·복지정책의 생색은 도가 내고 비용 청구서만 시·군에 넘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기도의회에서도 재정이 취약한 시·군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경기도는 10월 8일 경기도서관에서 하종목 행정1부지사 주재로 다시 부단체장 회의를 열었다. 추 지사도 이 자리에 참석해 "앞으로는 시군과 상의해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도와 손발을 맞춰 위기를 극복하자"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보조율 조정에 지역별 재정 격차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가 시·군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자신이 통화한 시장·군수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염태영 의원도 재정난을 이유로 시·군 부담을 늘려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협의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기준 보조율을 30%로 조정하면 기존 지원 비중이 높던 사업의 시·군 부담이 커진다고 비판했다.
21일 간담회에서 추 지사는 일괄 조정 방침에 거듭 선을 그었다. "도비 보조율을 일괄적으로 몇 퍼센트로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시군이 처한 여건들을 개별적으로 사업의 비중과 함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에서 미리 결심을 한 것은 없다. 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경청할 것이고 얼마든지 수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도는 기준보조율 30% 적용을 원칙으로 하되 법령상 의무사업과 도 주요 정책은 별도로 검토하고, 재정이 취약한 시·군에는 차등보조율을 적용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조율이 실제로 내려가는 사업에서 시·군이 기존 사업 규모를 유지하려면 추가 재원을 부담해야 한다. 사업별 조정률과 시·군별 부담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대호 협의회장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도민 생활과 직결되는 민생예산이 위축되지 않도록 도와 시·군이 함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반도체 산업 호황 등에 따른 추가 국세수입을 청년·성장동력·지방 분야에 쓰기 위한 국가기금이다. 시장·군수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지방교부세 감소 등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과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도와 협의회는 기금이 기존 지방재정을 축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지역별 세수 창출 기여도를 재원 배분에 반영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재정 상태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엇갈린다. 13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은 올해 2분기 경기도의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3.71%로 재정위기주의 기준인 25%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도 비상상황 선언의 구체적 근거를 따져 물었다. 추 지사는 취득세 감소와 복지 분야 지방비 부담, 빠른 채무 증가와 이자 지출을 들어 기존 재정지표만으로는 실제 부담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경기도는 31개 시·군이 제출한 의견을 검토해 지원이 필요한 사업과 축소·폐지 대상 사업을 구분하고 개별 사업의 보조율을 조정할 계획이다. 지방채 발행 요건과 지방재정제도 개선은 시장군수협의회와 함께 중앙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