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 재정정책과 관련해 "일시적 재원으로 지출을 늘릴 경우 지속가능성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7개월째 연장을 이어가고 있는 석유 최고가격제에 대해선 정책 장기화에 따른 가격 왜곡과 소비억제 실패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출구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재정 지출과 관련해 "지속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면서 "일시적인 재원으로 지속적인 지출이 생긴다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당국에서 잘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7월과 8월 27일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 3.00%까지 올렸다. 반면 정부는 내년 역대 최대규모의 확장 예산을 편성했다. 일반적으로 재정이 지출을 늘리면 금리 인상의 수요 억제 효과는 그만큼 반감된다. 이 때문에 두 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신 총재는 재정과 통화정책 엇박자 지적에 대해선 "미래 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라면 재정 지출은 엇박자가 아닐 수 있다"라며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재정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쓰여 잠재성장률을 높인다면 오히려 장기 성장률을 높이는 경로로 이어져 통화정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신 총재는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도 언급했듯이 내년 예산안을 보면 투자 성격도 많지만 이전 지출 형식의 항목도 상당하다"며 "이전 지출이 GDP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내년 예산안이 GDP에 미치는 영향은 0.5%p,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06%p 수준으로 계산된다"면서 "재정승수가 낮아 경제 영향이 적다고 해서 안심해도 되는 것은 아니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 총재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한시적 물가 안정 대책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제언을 내놨다. 그는 "일시적으로 유류 가격을 묶어 비용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는 것을 억제했고 소비자물가 안정에 큰 몫을 했지만 오래 지속될수록 가격 구조 왜곡과 소비 억제 실패, 장기적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에너지 가격 보조가 장기화하면 재정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점을 IMF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며 정부 역시 연장 조치와 함께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