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5곳 기획감독서 206건 적발…블랙리스트·불법파견은 '무혐의'

고용노동부가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과로로 사망한 고(故) 장덕준 씨 사건과 관련해 사측의 부적절한 산재 은폐 정황을 확인하고도 공소시효 만료와 법리적 요건 미충족으로 형사 처벌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함께 쿠팡 계열사 전국 105개소 기획감독을 통해 고의적 산재 은폐 혐의 등 총 20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사법처리 및 과태료 부과 조치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최근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쿠팡 계열사(쿠팡,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의 산재 은폐 의혹 수사 및 전국 물류센터 기획감독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가장 이목이 쏠렸던 2020년 10월 칠곡물류센터 고 장덕준 씨 과로사 사건에 대한 산재 은폐 의혹은 사측의 부적절한 개입 정황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불기소 의견으로 공소청에 송치된다.
오영민 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산재 승인 과정에서 사측의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했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은폐죄로 의율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려면 '산재 발생 미보고'와 '외부 누설을 막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가 모두 인정돼야 한다. 쿠팡 측이 장 씨 사망 직후 중대재해 발생 보고를 규정대로 이행했기 때문에 법적 은폐죄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물리적인 수사 기한도 발목을 잡았다. 오 국장은 "범죄 발생일인 2020년 10월을 기점으로 이미 5년이 경과해 고발장이 접수된 2025년 12월 시점에는 이미 공소시효가 도과한 상태였다"며 "일반적인 사건이면 공소시효 도과로 즉시 종결했겠으나, 국민적 관심이 높아 자료 조사 등을 통해 부적절한 행위를 추가로 확인해 수사 결과에 적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근로감독관의 사측 CCTV 묵인 의혹에 대해서는 자체 PC 포렌식 결과 해당 영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 씨 사건 외에 올해 3월부터 전국 105개 물류센터 및 배송캠프를 대상으로 진행된 기획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 근로기준법 위반 1건 등 총 206건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 중 61건을 범죄 인지해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145건에 대해서는 총 19억6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특히 감독 과정에서 합의금을 주며 산재요양 신청 취하를 종용하거나, 관리자 면담 후 신청을 취하하게 하고 산업재해조사표를 내지 않은 고의적 산재 은폐 의혹 2건을 새롭게 적발해 수사에 착수했다.
'블랙리스트' 작성 및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운영 의혹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앞서 쿠팡은 성희롱·음주·범죄 등 직장 내 물의를 일으킨 퇴사자 명단(심사숙고 고려대상자 리스트)을 작성해 재취업을 제한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으며 취업방해금지(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쿠팡이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채용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했다"면서도 "다수의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과거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자사 채용'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두고 근로기준법상 제3자의 취업을 훼방하는 '취업 방해'로 법률을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무직 대상 성과향상프로그램(PIP)을 악용해 저성과자를 부당 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쿠팡이 PIP 제도를 운용한 것은 사실이나, 프로그램 탈락만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핵심 인사제도임에도 선정 기준이나 교육 기간 등 주요 운영 방식을 취업규칙에 기재하지 않은 사실(근로기준법 제93조 위반)을 적발해 시정지시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불법파견 혐의 역시 실질적 지휘·명령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산재 은폐와 미보고는 재해 원인 분석과 개선 절차를 차단해 유사 재해 재발 우려를 높이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쿠팡은 빠른 배송과 물류 효율화에 수반되는 과로, 야간노동, 과중한 업무 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방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쿠팡 외 다른 물류센터 등에서도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됐던 만큼 물류센터 전반에 대해 지속해서 지도·감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이번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필요한 사안들은 충실히 소명할 방침이다.
쿠팡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유가족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다만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 주장이며, 관련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부적절한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은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쿠팡은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