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출범 4년째 청사진 없이 '공회전'…실효성 논란 확산

기사 듣기
00:00 / 00:00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조차 마련 못 해…발표만 다섯 차례 연기
서·논술형 수능 등 논쟁만 반복…정치적 갈등·전문성 부족에 무용론 확산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2026년 제9차 임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 4년째를 맞았지만 국가교육의 중장기 청사진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수립하겠다던 설립 취지와 달리 핵심 업무인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발표를 거듭 미루면서다. 교육계에서는 국교위가 국가교육의 장기적 방향을 제시하기보다 내부 갈등과 소모적 논쟁에 매몰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1차 회의를 열고 당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발표를 연내로 연기하기로 의결했다. 국교위가 중장기 교육발전계획 발표 일정을 미룬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국교위는 2022년 9월 정권 교체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혼란을 막고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가교육의 장기적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출범했다. 유·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향후 10년간 적용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 업무다. 그러나 출범 이후 4년이 넘도록 공식적인 계획 시안조차 공개하지 못했다.

이번 시안 발표 연기 과정에서도 내부 이견이 드러났다. 위원들은 발표 연기 자체에는 만장일치로 합의했지만 발표 시점을 놓고는 '연내 발표'와 '무기한 연기'로 의견이 갈렸다. 결국 거수 표결에서 10대 6으로 연내 발표가 결정됐다. 최종안은 당초 계획대로 내년 3월 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국교위 내부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3시 하교제'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정책의 추진 배경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논란만 확산했다.

특히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두고 평가 공정성과 교사 업무 부담, 사교육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3단체는 이달 초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혼란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입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국교위의 구조적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교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이 비상임으로 활동하는 구조다. 교육과정과 대입제도 등 복잡한 교육 현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과 국회, 교육단체 등이 추천한 위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국가교육의 장기적 방향보다 각자가 속한 집단의 입장을 우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단순히 시안 발표 시점을 앞당기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국교위가 본래의 설립 목적에 맞게 기능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년 3월 최종안 확정을 앞두고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국교위는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국가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라고 만든 기구인데 출범 4년이 지나도록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조차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교육 현장이 공감할 수 있는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국교위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