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언제 꺼내 팔까…출하 시점 ‘감’ 대신 데이터로 판단

기사 듣기
00:00 / 00:00

농진청, 사과·참외·양파 ‘품질백서’ 시범 운영…저장 조건별 품질 변화 한눈에
내년 대국민 서비스 시작…적용 대상 3개→11개 품목 확대 추진

사과의 상품성이 언제 떨어지는지, 양파를 어떻게 보관해야 덜 썩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품질백서’가 구축됐다. 저장 조건에 따른 품질 변화를 비교해 보관 방법과 출하 시점을 정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경험에 의존하던 수확 후 관리를 객관적인 데이터 중심으로 바꿔 농가와 유통 현장의 손실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농촌진흥청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예작물의 수확 전후 품질 정보를 통합하고 그래프로 보여주는 웹 기반 품질백서를 구축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우선 적용 대상은 사과·참외·양파 3개 품목이다.

농산물은 수확한 뒤 어떻게 저장하고 언제 출하하느냐에 따라 맛과 신선도, 상품성이 크게 달라진다. 온라인 도매 거래와 스마트 산지유통센터(APC)가 늘면서 객관적인 품질 정보의 필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기존 정보는 연구보고서마다 측정 기준이 다르고 재배 이력과 저장 중 품질 변화가 연결되지 않아 현장에서 종합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품질백서는 생산 지역과 품종, 재배 환경부터 수확 직후 품질, 저장 방법과 온습도에 따른 변화까지 연결해 보여준다. 농가와 산지유통센터는 저장 조건별 품질 변화를 비교해 보관 한계를 가늠하고 출하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사과 저장기술별 품질변화(중량감소율) 및 저장한계기 예측 (자료제공=농촌진흥청)

사과는 저장 방법에 따라 무게가 5%와 8% 줄어드는 시점을 제시했다. 상품성 저하를 판단하는 기준선으로 출하 시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동안 산지유통센터가 당도와 무게 위주로 사과를 선별해 저온 저장하고 먼저 들어온 물량부터 출하했다면, 앞으로는 품질이 먼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물량을 골라 내보내는 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양파는 저장 전 예비 건조(큐어링)의 효과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농진청 실측 결과 예비 건조를 거쳐 0도에서 7개월간 보관한 양파는 처리하지 않은 경우보다 부패율이 66.3% 낮았다. 중량 감소율과 싹이 튼 비율도 각각 54.3%, 55.1% 줄었다. 저장 과정에서 손실률이 30%에 이르는 양파의 손실을 줄이려면 저장 전 처리와 보관 온도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외는 저장 온도별로 껍질이 갈색으로 변하는 비율과 손실률을 비교해 저온 피해를 피할 수 있는 적정 저장 온도로 10도를 제시했다.

여러 장비와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품질 측정 기준도 정비했다. 당도와 산도, 단단한 정도, 껍질 색 등을 측정하는 부위와 단위를 통일해 데이터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축적한 표준 데이터는 스마트 산지유통센터의 AI 선별 모델이 학습하고 품질을 판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품질백서 도입 자체로 유통 손실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양파 예비 건조 등 개별 기술의 효과는 실측으로 확인했지만, 서비스의 현장 적용 효과는 올해 하반기 산지유통센터 실증을 통해 수치로 확인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시범 운영 과정에서 산지유통센터와 주산지 실무자의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보완한다. 내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누리집을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시작하고 적용 대상을 과수·채소·화훼·특작 등 11개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대현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품질백서는 수확 후 관리를 주관적 경험에서 객관적 데이터로 전환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산지와 유통 현장에서 감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해 최적 출하 시점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주는 현장 중심 데이터를 계속 채우겠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