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사운드와 폭발적인 무대 에너지로 주목받아 온 밴드 터치드(TOUCHED)가 쉽게 꺼내지 못했던 외로움과 불안을 마주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엠피엠지 사옥에서 만난 터치드 윤민, 채도현, 존비킴, 김승빈은 첫 정규앨범 '극야'의 제작 과정과 음악적 변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15일 발매된 '극야'는 2021년 1월 데뷔한 터치드의 첫 정규앨범이다. 앨범명은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아 밤이 지속되는 현상에서 착안했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답답함과 울분, 상실과 고독 등을 '끝나지 않는 밤'에 빗대어 표현했다.
이번 앨범은 터치드가 그간 선보인 강렬한 음악적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내밀한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한 작품이다. 윤민은 "지금까지 낸 앨범 중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장 명확한 앨범"이라며 "이 시기에 터치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터치드가 활동하며 마주한 고민이 있었다. 존비킴은 "경연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면서 음악적인 방향성도 경연에 유리한 방향으로 맞춰졌던 것 같다"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으면서 기대치도 높아졌고, 그 기대에 맞춰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동안 기대에 부응하느라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번 앨범에 응집했다"며 "이제는 음악적으로 균형이 이전보다 잘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앨범의 출발점에는 윤민이 겪은 감정적 어려움이 있었다. 그는 터치드가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으로 사랑받는 과정에서 무대 위 자신과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에 괴리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윤민은 "스케줄이 있고 해내야 하는 일정이 있다 보니 실제 감정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며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멋있다고 해주시는데 정작 나는 힘들었다. 이런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닌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날까지 울다가 무대에 올라가 '놀아보자'고 외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내 안에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는데 정작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게 답답했다"고 고백했다.
결국 윤민은 멤버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이렇게는 더 이상 터치드도, 음악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빠들에게 지금은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속에서 곪아 터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정을 음악적으로 해소하고 싶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멤버들 역시 윤민의 고민을 함께 받아들였다. 채도현은 "그동안 터치드가 해온 음악이 진실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지만 프론트에 서는 멤버가 무대 위아래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며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언젠가 문제가 생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고민은 어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이전에는 우울함이나 방황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면, 이제는 누구나 겪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다.
윤민은 "극야가 찾아와도 언젠가는 백야가 오고, 백야가 지나면 다시 극야가 찾아온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어둠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기보다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어둠이 그저 싫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기 때문에 각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행복하지 않은 순간을 알기에 행복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어둠도 너무 미워할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변화는 수록곡에도 반영됐다. 윤민은 "'터널'은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차를 몰고 속초로 향하던 중 끝없이 이어지는 터널을 지나면서 떠올린 곡"이라며 "'영혼의 밤' 역시 클럽에서 생기를 얻기 위해 춤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경험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음악적인 구성에서는 멤버 네 명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김승빈은 "세션의 도움을 받기보다 네 명이 돋보일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고자 했다"며 "12곡의 사운드는 저마다 다르다. 신나고 에너지 넘치는 곡도 있지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모두 하나의 결을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채도현은 "기존 터치드의 음악을 들어온 분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앨범"이라면서도 "타이틀곡을 정할 때는 그동안 터치드가 보여준 색깔도 담아낼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말했다.
윤민은 이번 앨범이 감정적 어려움을 완전히 극복한 결과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인생에는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있다. 지금은 당시와 다른 지점에 서 있을 뿐"이라며 "그때 느꼈던 감정을 음악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해방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터치드는 음악적 변화와 함께 공연 규모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특히 매년 겨울 개최하는 브랜드 콘서트 '하이라이트(HIGHLIGHT)'를 통해 밴드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내년 1월 23~24일에는 다섯 번째 하이라이트 공연인 '하이라이트 파이브(HIGHLIGHT V)'를 개최한다. 윤민은 "가까운 목표는 하이라이트 공연을 열 때마다 차근차근 공연장 규모를 키워가는 것"이라며 "화정체육관 다음에는 장충체육관, 그다음에는 체조경기장(KSPO 돔)까지 채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기적인 꿈으로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의 하프타임 쇼 무대를 꼽았다. 윤민은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하지 않나. 언젠가는 슈퍼볼 무대에 꼭 서보고 싶다"며 "비욘세나 브루노 마스 등 슈퍼볼에서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준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음악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고, 거대한 무대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라며 "그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럴 만한 자질을 갖춘 아티스트가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김승빈은 "죽기 직전까지 밴드를 하는 것이 목표"라며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것만큼 중요하고 즐거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멤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단발적인 선택보다는 길게 보고 결정하게 된다"며 "오래 남을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이번 앨범도 눈치를 보기보다 내면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터치드의 정규 1집 '극야'는 15일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발매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