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막의 다보스’ 결국 연기⋯후티 반군 잇따른 공습에 안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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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투자이니셔티브, 개막 일주일 앞두고 내년으로 연기
후티 반군, 국제공항 등에 잇따라 공습
공항ㆍ정유시설 위협에 안전 우려 확산
국방비 부담 등 사우디 올해 성장률 -3.6%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려온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최근 반복된 후티 반군의 잇따른 공격이 이번 결정의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2024년 FII 행사 당시 모습.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잇따른 미사일ㆍ드론 공격으로 이달 말 개최할 예정이던 대규모 국제투자회의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사우디의 수도와 주요 공항을 겨냥한 공격이 거세지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해 온 경제 다각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26일부터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애초 주최 측은 대면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 개최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행사 자체를 내년으로 미뤘다.

주최 측은 참석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결정은 제10회 행사가 파트너와 회원, 연사 및 참가자들이 기대하는 규모와 수준, 영향력을 온전히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개최 일정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FII는 사우디가 세계 금융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 대대적인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국제행사다.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 비즈니스ㆍ관광 중심지로 사우디를 육성하기 위해 추진해 온 ‘비전 2030’의 핵심 행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후티 반군의 공격이 수도 리야드까지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융회사 경영진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 등은 FII 일정에 포함했던 일부 회의를 취소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와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 측도 행사 직접참석 여부를 검토해 왔다. 이와 관련해 불과 하루 전까지 JP모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고 씨티그룹 대변인 역시 “상황 전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일부 참석자는 행사장 주변 호텔과 주요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해 보안 담당자들과 위험성을 평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주최 측이 행사 개최 여부를 논의하던 무렵 사우디 군당국은 리야드에 잠재적인 위협이 있다는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후티 반군은 최근 2주 동안 리야드 국제공항을 최소 네 차례 공격했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한 차례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지고 300명 이상이 다쳤다. 나머지 공격에서도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공항 공격에 동원된 발사체는 모두 20개로 집계됐다. 드론 10대와 탄도미사일 4발, 순항미사일 4발, 종류가 확인되지 않은 발사체 2개 등이다.

사우디는 이란과 후티 반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방공망을 재배치 중이지만 광대한 영토 전체를 방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왕궁과 에너지 기반설비 등 핵심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방공 전력을 이동 재배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공격으로 사우디의 주요 국제행사도 차질을 빚었다. 유럽연합(EU)과 걸프 아랍국 정상회의를 비롯해 리야드 패션위크, 식스 킹스 슬램 테니스대회,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국제 골프대회 등이 취소되거나 연기 또는 일정이 변경됐다.

문제는 군사적 위협이 사우디의 경제개혁 성과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WSJ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방비 증가와 외국인 투자 위축이 이러한 성과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3.6%로 전망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입액도 올해 1분기와 2분기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여기에 방위비와 기반시설 유지ㆍ복구 비용이 늘어나면서 탈석유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초대형 개발사업에 투입할 자금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결국 이번 FII가 사우디와 월가의 금융 협력을 상징하는 행사라는 점에서도 이번 연기의 파장이 작지 않다는 게 서방 언론의 공통된 분석이다. WSJ는 “후티 반군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사우디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실질적인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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