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영결식 직후 국감장서 조건없이 사과…’소방 빨대' 엿새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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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서 '등 떠밀린 사과' 공방·고성… 재정위기 논리는 유지, 추모행사비 1억원 삭감 도마

▲19일 경기 부천체육관에서 엄수된 고(故)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정을 든 소방대원이 동료들의 경례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순직 소방관 영결식을 마치고 곧바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 서서 '소방재정 빨대' 발언을 사과했다. 13일 발언 엿새 만이다. 17일 빈소에서 붙였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이라는 단서는 없었다. 그러나 같은 국감에서 추 지사는 "소방재정마저 재정위기의 직접적 범위에 포함될 정도"라며 재정위기 논리를 접지 않았다. 사과는 표현에 한정됐고 문제제기는 이어진 셈이다.

추 지사는 인사말에서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의 헌신을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며 "안전과 처우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왔다며 유가족과 소방 가족에게 위로도 전했다. 영결식 일정으로 국감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로 미뤄졌다.

△첫 질의부터 '등 떠밀린 사과' 공방…여야 삿대질

사과는 첫 질의에서 곧바로 공방이 됐다.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순직자가 발생하니 그제야 빈소에서 사과했다"며 "오만한 사과, 등 떠밀린 사과로 비쳤다"고 따졌다. “'사과를 하라니까 사과한다'는 식은 또 다른 망언이자 2차 가해”라고도 했다. 추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 바 있다"며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으로 맞섰다. 문 의원은 "표현이 적절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표현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것과 소방관을 예산 낭비의 대상으로 여겼다고 단정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의원이 자리에 선 채 삿대질과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감사장이 한때 소란에 빠졌다. 복기왕 감사반장이 중재에 나서 "오늘의 국정감사가 고 김진석 소방위의 뜻에 어긋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엿새 동안 달라진 대응

발단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이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은 세원 조정이 아니라 국비 지원 증액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추 지사는 "의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답했다. "인건비만 2027년도에 1조1000억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원가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4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가 성명을 내 7만 소방관 앞에 즉각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경기도는 같은 날 국고 지원 비율이 줄어드는 점을 강조하려던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16일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추 지사는 노조 반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그런 얘기 하지 마시죠"라고 답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이용우 대변인 서면 브리핑으로 추 지사보다 먼저 소방공무원과 가족에게 사과했다.

추 지사의 첫 직접 사과는 김 소방위가 숨진 17일 빈소에서 나왔다. 발언 나흘 만이었고,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과 "사과를 바라시니까"가 담겼다. 이 표현이 다시 논란이 되면서 19일 사과에서는 두 구절이 모두 빠졌다.

△2730여 명 배웅…”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겠다"

이날 오전 부천체육관에서 김 소방위의 영결식이 경기도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유가족과 장의위원장인 추 지사, 최용철 소방청장,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국회의원·도의원, 동료 소방관 등 273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소방위는 16일 부천 오정구 공장 화재 진압 중 중상을 입고 17일 숨졌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는 고인에게 1계급 특별승진을 추서했다. 고인은 심정지 환자를 구해 하트세이버를 수차례 받았고, 1월 부천 원종동 다세대주택 화재 때 4층 주민을 구조해 모범공무원 표창을 받았다.

추 지사는 영결사에서 김 소방위를 "위험한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다한 참다운 소방관"이라고 불렀다. 그는 "추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안전과 근무환경을 더욱 철저히 살피겠다"며 "부족한 것은 채우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겠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과와 별개로 남은 재정 쟁점

추 지사는 이날 국감에서 경기도 채무 증가속도가 36%로 다른 광역시·도의 3배에 이르고, 공사채 발행 때 평가 기준인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15.1%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나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위기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수치는 추 지사의 설명이며 별도로 검증되지 않았다.

소방재정의 국비 비중은 이번 논란과 무관하게 따져볼 대목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기준 2025년 전국 지방소방예산 8조1478억원 가운데 국비는 10.7%였다.

앞허 추 지사는 8월 8일 SNS에서 경기도 소방인건비 1조1000억 원 중 정부 지원이 800억 원, 사업경비 4000억 원 중 300억 원 이라고 밝혔다. 내년 정부 예산안의 소방안전교부세는 올해 1조503억 원에서 7605억 원으로 27.6% 줄었다. 기획예산처는 올해 포함된 약 1100억 원의 추가 정산분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16일 "국비 비중도 전환 이후 한때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졌다"며 예산안 심사에서 소방 지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삭감된 추모행사비 1억 원…국민의힘 "사퇴하라"

경기도는 올해 제2회 추경 과정에서 노후 소방차 교체 예산 26억5000만원과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인 '경기소방 119메모리얼데이' 사업비 1억원 등을 감액했다. 도는 소방차 예산은 소방안전교부세 감소에 따른 조정이고, 추모행사는 퍼레이드와 외부 용역 등에 비용이 많이 드는 행사성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작년 행사에는 도민 5500여명이 모였지만 올해는 소방본부가 자체 경비 750만원으로 강당에서 60여명만 모시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추 지사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추경이나 내년 본예산에서 예산을 복원할 구체적 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과를 바라니 사과한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소방노조의 평가는 엇갈린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소방지부 사무국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부 내용은 아쉬우나 사과 자체는 다행"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는 "단순히 사과로 그칠 게 아니고, 소방의 재정적 지원으로 이어질까 이건 계속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미래소방연합노동조합은 16일 성명에서 발언 취지는 분명하다면서도 추모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한편, 화재 원인과 선착대의 내부 진입 경위는 조사 중이다. 부천소방서는 16일 현장 브리핑에서 3층 시너 세척기에서 불이 시작됐고 무허가 위험물로 급격히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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