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의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 제도를 개편한다. 우주항공·로보틱스 등 신산업에 특화된 평가모듈을 신설하고 기존 평가항목을 정비한다. 아울러 전문평가기관의 내부통제와 분쟁 조정 절차를 강화해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방침이다.
19일 한국거래소는 서울사옥에서 '표준 기술평가모델 고도화 및 전문평가 운영체계 개편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주관사와 전문평가기관, 벤처캐피털(VC), 상장 준비기업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거래소는 이날 설명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11월 말 개편안을 확정하고 12월까지 전문평가제도 운영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전문평가기관의 자체 평가모델 반영 등을 거쳐 내년 2분기 이후 개선된 평가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기술평가 지표의 변별력과 산업별 특성을 반영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거래소는 전문평가기관 인터뷰와 심사역 의견 수렴, 산업별 핵심 성공요인 및 기존 평가보고서 분석 등을 거쳐 평가항목 정비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상장심사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중복되는 평가항목, 업종·기업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량평가 항목, 변별력이 낮은 지표 등을 가급적 배제할 방침이다. 이지수 삼일PwC 이사는 "어떤 수치의 크기와 객관적인 평균적인 기준보다는 그 기업이 실제로 정말 유효한지, 앞으로 계속 성장하고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쪽으로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평가체계도 손질한다. 기존의 '산업모듈-기술모듈' 이원화 구조는 유지하되, 산업 변화에 맞춰 기술모듈을 확대한다. 산업모듈은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소부장 △서비스·기타 등 기존 5개 분류를 유지한다. 기술모듈은 기존 4개에서 △AI △이차전지·에너지저장장치(ESS) △청정에너지 △반도체 설계·IP △사이버보안 △우주항공 △로보틱스 등 7개로 개편한다.
기업은 사업 특성에 따라 산업모듈과 기술모듈을 각각 하나 또는 복수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기업이 적합하지 않은 업종을 선택하거나 핵심 경쟁력 평가에 필요한 기술모듈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업종 체크리스트를 도입한다.
윤태숙 한국거래소 부장은 "기업이 부적합한 모델을 선택하는 오류가 생기거나 고의적으로 적합한 모델을 회피할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며 "앞으로는 핵심 기술이나 주요 매출 분야를 기반으로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도록 안내하고, 필요하면 기업이 신청한 모델의 조정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평가 운영체계도 개편한다. 거래소는 기술사업계획서 표준 목차와 작성 가이드, 제출 자료 목록 등을 사전에 제공해 평가 준비 절차를 표준화한다. 평가수수료도 국내 기업은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외국 기업은 3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인상해 평가의 내실을 높일 계획이다.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문인력 구성도 확대한다. 기존 박사 3명과 변리사 1명 등 4명으로 구성된 자문인력을 산업계 또는 사업화 전문가 1명을 포함한 총 6명으로 늘려 사업화 판단 역량을 강화한다.
평가기관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수익사업을 수행하는 전문평가기관은 내부통제 가이던스 이행 현황을 점검받는 한편, 수익사업 수행 건수와 수익 총액을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평가 결과에 대한 분쟁 조정 절차도 규정에 명문화한다. 기업이 이의를 제기하면 거래소가 평가기관의 항목별 검토 의견과 답변서를 받아 최종 판단하는 방식이다. 다만 재평가는 평가기관의 귀책으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해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 등에 한해 허용한다.
이와 함께 전문평가기관의 신규 선정과 편출 기준을 마련하고 평가역량 진단 지표를 확대해 정기 평가와 업무 배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우수 평가기관에는 평가업무 배정을 늘리거나 신규 제도에 우선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부이사장은 "기술특례상장제도가 주요 상장트랙으로 자리매김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코스닥시장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시장참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기술특례상장의 첫 관문인 전문평가제도의 신뢰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