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주일 새 두 종목 8.8조 순매도⋯보유율도 수년 만에 최저
견조한 AI 반도체 수요에도 투자심리 냉각
외국인 귀환·업황 신뢰 회복 관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견조한 실적과 수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하락세를 기록했다. AI 투자 둔화와 중국의 기술 추격에 대한 불안이 실적 개선 기대를 압도하면서 주가와 기업 펀더멘털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한 주 동안 17.8% 하락했다. 주가는 26만2000원에서 21만5500원으로 내려앉았다. 2008년 10월 넷째 주(-19.3%) 이후 약 18년 만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SK하이닉스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랐다. 같은 기간 주가는 168만1000원에서 127만2000원으로 24.3% 급락했다. 2008년 11월 셋째 주(-31.9%)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두 반도체 기업이 나란히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가격 충격을 받은 셈이다.
주가 급락의 중심에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한 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2068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순매도액이 5조3565억원, 삼성전자가 3조4763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에서만 약 8조8000억원의 매도 우위가 발생했다. 전체 코스피 순매도액의 78.8%에 해당하는 규모다.
집중적인 매도세는 외국인 보유율도 끌어내렸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율은 16일 기준 45.98%까지 낮아졌다. 2009년 7월 7일 45.96%를 기록한 이후 약 17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48.85%로 떨어져 2021년 12월 2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문제는 주가 하락을 설명할 만큼 반도체 산업의 기초체력이 실제로 악화했느냐는 점이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 부족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향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도 수요 둔화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최근 주가 조정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수요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고 장기공급계약 확대가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와 공급 부족 장기화 등 달라진 산업 구조를 감안하면 현재 반도체주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 할인 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급락이 반도체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나 실적 전망 훼손보다는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가격에 반영된 결과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양호한 실적과 산업 전망만으로 주가 반등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이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 성장률과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