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키운 ‘일렉스’에 578억 쏜 우리산업…김정우 승계 ‘화룡점정’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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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거래로 덩치 키운 오너 2세 개인회사…김정우 대표, 460억 매각 수익
홀딩스 주가 바닥서 지주사 승계 관측…회사 측 “수직계열화 차원, 유동성 우려 없어”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이 세대를 이어 지속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가업 승계의 출발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가혹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ㆍ증여세 부담에 정공법만으로는 경영권 수성이 어려워졌고,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요구하는 시대적 잣대 또한 날로 엄격해지고 있다. 최근 재계의 승계 방정식은 과거의 일감 몰아주기를 넘어 정교한 ‘자본거래’로 진화했다. 이투데이 ‘인사이트플러스’는 가족회사 활용부터 대주주 맞춤형 유상감자, 친족ㆍ가족법인 간 차입, 비상장 계열사 고가 매각 및 지주사 주식 스왑 등 표면적인 뉴스 뒤에 숨겨진 실전 승계 스킴과 딜 메커니즘을 정밀 해부한다. 이를 통해 C-Level, 패밀리오피스, 자본시장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단순한 뉴스를 넘어 실전 투자 및 경영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출처=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코스닥 상장사 우리산업이 오너 2세 김정우 대표이사의 개인회사인 비상장사 일렉스 지분 100%를 578억원에 인수한다. 회사 측은 공조 부품 수직계열화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공식 명분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20년간 계열사 일감으로 성장해 온 오너 2세 개인회사를 상장사에 매각해 최종 승계 자금을 완성하는 출구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주사인 우리산업홀딩스의 주가가 역사적 바닥권에 갇혀 있는 시점에 김 대표가 단번에 460억원대의 현금을 손에 쥐면서, 부친 김명준 회장의 지주사 지분 승계가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인수 주체인 우리산업은 보유 현금 대부분을 쏟아붓는 가운데 당장 다음 달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까지 맞물려 단기 유동성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정우 몫 460억 유입…BPS 대비 2배 프리미엄 책정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산업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비상장 관계회사 일렉스 지분 100%(47만7490주)를 578억원에 현금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계약 당일 계약금 10%를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 90%는 2027년 1월 15일에 완납하는 조건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매각 대금의 귀속처다. 매도인은 김정우 우리산업 대표(지분 79.58%)와 지주사인 우리산업홀딩스(20.42%) 단 둘뿐이다. 총 거래대금 578억원 중 지주사 몫을 뺀 80%에 달하는 460억원이 김 대표 개인으로 유입된다.

외부평가기관인 한미회계법인은 미래 현금창출능력을 가늠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을 단일 적용해 일렉스 가치를 평가했다. 이를 통해 산출된 일렉스의 기준 주주가치는 613억6000만원(주당 12만8501원)이며, 실제 거래는 평가 밴드(562억~673억원) 하단선 수준인 주당 12만1150원으로 결정됐다.

2025년 말 기준 일렉스의 순자산(자본총계 213억원) 대비 주당 순자산가치(BPS)는 4만4615원이다. 화재 복구 이후 순이익이 급증한 2026년 9월 말 가결산 순자산(287억원)을 적용하면 BPS는 6만110원 선이다. 실제 인수가액은 장부가치 대비 2.0~2.7배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셈이다.

모회사 보증으로 싹 틔우고 내부거래로 덩치 불려

일렉스는 차량용 공조(HVAC) 컨트롤러의 핵심인 PCB 조립체(PCB ASS’Y)와 전기차용 고전압 PTC 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회사의 성장 과정은 오너 2세 승계 플랫폼의 궤적을 밟아온 것으로 분석된다.

일렉스는 설립 초기부터 김정우 대표가 지분 90.0%를 쥐고 있던 개인회사였다. 당시 상장사였던 우리산업은 특수관계인이던 일렉스에 6억8500만원 규모의 구매자금 연대보증을 제공하며 안착을 직접 지원했다. 이후 일렉스는 상장사인 우리산업의 내부 시장(캡티브 마켓)을 발판 삼아 사세를 불렸다. 2011년 우리산업이 일렉스로부터 사들인 원재료 매입액은 202억원으로 전년(113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고, 2012년에도 22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도 이러한 구조는 지속됐다. 일렉스는 2025년 매출액 1428억원 중 81.1%를 우리산업 및 해외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2024년 내부거래 비중은 89.9%였다. 2025년 5월 본공장 화재로 113억원 규모의 손실을 털어낸 일렉스는, 올해 공장 재건축 복귀 후 3분기 누적 순이익 85억원을 거두며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 2세 개인회사의 실적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 절묘하게 매각이 단행된 셈이다.

2015년 지주사 전환서 온존…주가 바닥서 승계 ‘골든타임’?

시장이 이번 거래를 주목하는 이유는 2015년 지주사 전환 과정과의 유기적 연결고리 때문이다. 김명준 회장과 김정우 대표는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지분 증여를 통해 승계 발판을 놨다. 이어 2015년 우리산업을 지주사(우리산업홀딩스)와 사업회사(우리산업)로 인적분할한 뒤, 오너 부자는 보유하던 사업회사 주식 전량을 홀딩스에 현물출자했다. 대가로 홀딩스 신주를 교부받아 김 회장은 49.68%, 김 대표는 28.95%로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부자 합산 78.63%라는 지배력을 구축했다.

당시 해외 계열사 지분은 모두 지주사 체제 안으로 편입시켰지만, 김 대표가 대주주인 일렉스만은 지주사 우산 밖 개인 지분으로 남겨뒀다. 체제 밖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가치를 불린 뒤 11년이 흐른 지금 지배구조의 마지막 고리를 풀기 위한 현금 창구로 활용된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확보한 460억원이 부친 김명준 회장(1941년생)의 우리산업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는 승계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우리산업홀딩스의 주가는 2300원 전후로 머물러 있다. 2015년 지주사 전환 당시 현물출자 신주 발행가(5222원)의 절반 수준이자,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역사적 최저점이다.

주가 하락은 일반 주주에겐 악재지만 승계를 앞둔 오너가에는 기회가 된다. 김 대표가 부친 지분을 상속·증여받을 경우 최고세율과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한 실효세율 60%를 단순 계산해도 세금 총액은 약 135억원 안팎으로 억제된다.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나 장외 거래로 부친 지분 전량을 직접 사들이더라도 225억원가량이면 충분하다. 김 대표가 쥐게 될 460억원은 부친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세금을 치르고도 여유가 있는 규모다.

가용 현금 소진에 300억 사채 만기까지…회사 측 “문제없이 준비”

오너 일가의 승계 시계가 빨라지는 사이 거래 주체인 우리산업은 유동성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산업의 2026년 반기말 별도 기준 가용 자금은 현금성자산 72억원, 단기금융상품 563억원 등 총 635억원 수준이다. 이번 거래로 지출해야 하는 578억원은 회사가 보유한 가용 자금의 91%에 육박한다.

차입금 만기도 멀지 않았다. 우리산업은 2023년 11월 발행한 사모사채 300억원의 만기가 다음 달인 11월 27일 도래한다. 계약금을 지급한 직후 300억원의 회사채를 차환하거나 상환해야 하고, 내년 1월 15일에는 일렉스 인수 잔금 521억원을 치러야 한다.

한편 이 같은 시장의 시선에 대해 우리산업 측은 승계 자금 마련 목적이 아니며 사업적 시너지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우리산업홀딩스 관계자는 승계 자금 마련 시각에 대해 “대표이사 개인의 지분 매각 자금 용처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시장 일각의 추측과 달리 이번 거래는 공시된 외부평가기관의 기준 주주가치보다도 할인된 가격에 매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인수 배경에 대해서는 사업적 결합을 강조했다. 관계자는 “2015년 인적분할 당시에도 홀딩스가 일렉스 지분 20%를 갖고 관계사로 있었다”며 “저희가 전혀 다른 이종 업종을 하는 게 아니라, PCB라든가 핵심 컨트롤에 들어가는 것들을 일렉스에서 담당해 왔는데 우리산업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수직계열화돼 경쟁력을 가지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용 현금 소진과 11월 300억원 회사채 만기에 따른 유동성 우려에 대해서는 외부 조달 없이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부에서는 걱정을 안해도 되는 게 유상증자라든가 그런 것을 할 계획도 없다”며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11월 사채 상환 문제까지 포함해서 유동성을 문제없이, 추가 외부 조달 없이 하려고 내부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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