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정 때 정비구역 389곳 해제…서울시 "43만 가구 공급 기회 상실"

기사 듣기
00:00 / 00:00

도시재생 등에 1조원 투입…해제구역 177곳 정비사업 재추진
정비사업 연평균 착공 반 토막…오세훈 시정 5년간 구역 지정 2배 증가

▲오세훈 서울시장 (이투데이DB)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의 정비구역 389곳이 해제되면서 약 43만 가구의 주택공급 기회가 사라졌다는 서울시의 분석이 나왔다. 정비사업 대신 추진한 도시재생 등에 1조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주거환경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해제구역 상당수가 다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정 낭비도 발생했다는 평가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년간 주택공급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서울 주택 공급정책 20년의 평가와 성찰'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정비구역 해제로 공급 기반이 축소되고 도시재생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과정을 되짚어 같은 정책적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백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의 정비구역 683곳 가운데 389곳(57%)이 해제됐다. 이들 지역에 당초 계획됐던 주택공급 규모는 약 43만 가구에 달한다.

서울의 주택공급 기반은 2000년대 뉴타운 사업을 통해 확대됐다. 2002년 시범 뉴타운 3곳 지정을 시작으로 광역개발 방식이 도입됐으며, 오세훈 시장의 첫 재임 기간에는 뉴타운·균형발전촉진지구 35곳과 정비구역 297곳에 총 30만9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 마련됐다.

그러나 박원순 시정에서 정책 방향이 정비구역 해제와 보존 중심으로 바뀌면서 공급 기반이 크게 축소됐다. 해제된 389곳 가운데 177곳에서는 현재 정비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는 장기적인 공급 대책 없이 정비사업을 중단한 정책 판단이 주거환경 개선을 늦추고 주택공급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정비구역 해제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백서는 해제구역 389곳 중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주민 의견조사 없이 직권해제할 수 있도록 한 유형이 66곳(17%), 의견조사를 거쳤지만 절차가 부실했던 유형이 264곳(68%), 일몰제 기한 경과 등을 이유로 해제한 유형이 59곳(15%)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창신·숭인 재정비촉진지구 7개 구역은 사업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사직2구역은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을 이유로 주민 의견조사 없이 해제됐다. 사직2구역의 경우 대법원이 역사·문화적 가치 보존을 사유로 한 직권해제를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관련 조례도 삭제됐다.

장위15구역에서는 일부 부재자의 정확한 주소와 연락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로 처리한 사례가 확인됐다. 신길1구역은 주민 의견조사 참여율이 12%에 불과했지만 참여율을 높이려는 노력 없이 구역 해제가 이뤄졌다. 일몰제 적용 지역 중에서도 주민들이 사업 추진을 위해 기한 연장을 요청했으나 사업 추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해제한 사례가 있었다.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추진한 도시재생사업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재생활성화사업에 약 9110억원,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약 1850억원 등 총 1조960억원이 투입됐다.

서울시는 해제구역 상당수가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됐다가 다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투입 예산이 매몰비용으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보존형 도시재생에 치중한 결과 주거환경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고, 같은 지역에 재정이 중복 투입되는 문제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정비구역 해제와 신규 지정 감소의 영향은 최근 착공 실적에서도 나타났다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2016~2020년 연평균 2만9000가구였던 정비사업 착공 물량은 2021~2025년 연평균 1만5000가구로 약 48% 감소했다. 정비구역 지정부터 착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과거 공급 기반 축소의 영향이 뒤늦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향후 주택 정비 수요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5년간 서울 거주인구는 약 18% 감소했지만 가구 수는 약 14% 증가했으며, 앞으로 10년 안에 정비가 필요한 노후주택은 약 193만 가구에 달한다.

반면 2021년 오세훈 시장 재취임 이후 정비구역 지정은 증가했다. 2016~2020년 77곳이었던 정비구역 지정 건수는 2021~2025년 172곳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는 2021년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와 공공기획 도입을 추진하고, 이를 신속통합기획으로 발전시켜 정비계획 수립과 구역 지정에 속도를 냈다. 이후 사업성 보정계수 도입과 현황용적률 인정, 공공기여 부담 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섰다. 2022년에는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의 정비를 지원하기 위해 모아주택·모아타운 제도도 도입했다.

앞으로는 정비구역 지정 확대를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사업성 개선과 인허가 기간 단축, 사업 단계별 지연 요인 해소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본 보고서는 과거 사례를 정확한 통계와 근거로 조사하고 문서화·기록화 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며, 또한 시민들에게 현재 공급 부족의 원인을 정확히 알리고 서울시의 주택 공급 정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