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미국발 물가 충격과 인공지능(AI) 투자 불안에 5500선으로 추락했고,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는 7월 말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고금리 장기화와 AI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반도체 성장 기대를 흔드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를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마저 약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1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54.59포인트(7.57%) 하락한 5554.22로 거래를 마감했다. 2일 7000선을 지킨 이후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7월 30일 종가인 5593.56 수준까지 되밀렸다.
외국인이 이날 하루에만 3조6330억원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은 1조6890억원, 개인은 1조3010억원, 기타법인은 6420억원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오후 12시38분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오후 12시23분께 지수가 8.01% 하락하면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해 거래가 20분간 중단됐다. 양 시장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7월 29일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자 올해 다섯 번째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인 계기는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근원 CPI는 2.6% 올라 시장 예상치를 각각 0.1%포인트 웃돌았다. 중동 긴장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부담에 다른 품목의 물가 압력까지 확인되면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AI 기업의 신용 불안이 겹쳤다.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2032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이달 초 13.42%에서 14일 15.06%로 상승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신규 차입 비용이 높아지면서 막대한 AI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확산했다.
시장의 관심도 AI 매출 증가에서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할 현금창출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성장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도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면서 충격이 증폭됐다. 현재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주요 고객인 글로벌 AI 기업의 투자 여력이 약해지면 향후 반도체 수요와 수익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기관과 개인의 매수 여력도 제한되면서 외국인 매물을 소화할 힘이 약해졌다.
중국 메모리업체의 기술 개발과 향후 공급 확대 우려도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다만 기술 개발이 곧바로 안정적인 양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객 수요에 맞춘 유동적인 설비투자와 노광장비 공급 제약을 고려하면 생산 급증과 급격한 가격 하락을 벌써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 내 수급 여건이 악화하면서 대외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며 “현재는 당장의 이익 훼손보다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