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급락하는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 ‘서학개미’들이 이달 들어 약 4조원어치를 사들이며 미국 주식 투자 규모를 다시 늘리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반도체 지수 상승에 3배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매수세가 집중됐지만, 최근 반도체주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1~14일(10거래일) 미국 주식을 29억5994만 달러(약 4조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10거래일을 기준으로 지난달 17~30일에는 1억8170만 달러(약 2441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약 30억 달러를 사들이며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다.
순매수 상위 종목에 몰린 자금도 크게 늘었다.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합산 순매수액은 지난달 하순 9억313만 달러에서 이달 23억8561만 달러로 164.15% 증가했다. 약 2.6배로 늘어난 규모다.
특히 미국 반도체 레버리지 ETF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반도체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속슬)로, 순매수액은 17억3083만 달러(약 2.3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간밤 미국 반도체주마저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의 손실도 커졌다. 1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30% 하락하자 SOXL은 13.35% 급락한 110.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SOXL 보유액은 56억7947만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14일 주가 하락률을 단순 적용하면 하루 만에 약 1조16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유 규모도 최근 다시 늘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올해 1월 1680억 달러에서 5월 2041억 달러로 증가하며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6월 1948억 달러, 7월 1714억 달러로 두 달 연속 감소했지만 8월 1883억 달러, 9월 1942억 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이달 13일 기준으로도 1943억 달러를 기록하며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으로의 자금 집중과 환율 여건 등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상황을 견뎌낼 고성장 산업, 즉 AI 밸류체인으로만 (자금이) 이동 중"이라며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원화 강세의 시기를 타서 미국 시장 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