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낮추자니 적자, 올리자니 미분양”⋯건설업계, 공급 딜레마

분양가 상승·미분양에 사업성 부담
지방 미분양 5만가구 육박⋯분양 57%↓
업계 “공사비보다 수요 부족이 문제”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우려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의 신규 주택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신규 분양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미분양 주택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분양가를 낮추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높이면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자 건설사들도 입지가 검증된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을 선별하는 분위기다.

15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82.3으로 전월 대비 4.0p 하락했다. 수도권은 92.0으로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은 80.2로 떨어지며 지역별 온도차가 벌어졌다. 서울은 105.7로 3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웃돌았다.

수도권을 제외하곤 분양 시장 분위기가 침체하는 가운데 분양가 상승 압력과 미분양 우려는 동시에 커지고 있다. 10월 분양가격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5.5p 오른 114.3,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2.7p 상승한 108.6을 기록했다. 정부가 9월 분양가상한제 기본형건축비를 4.07% 인상하는 등 원가 부담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부담은 수요가 부족한 지방에서 더욱 뚜렷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만9998가구로 전월보다 2.5% 늘었다. 반면 같은 달 분양 실적은 2708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57.1% 줄었다. 신규 분양은 크게 줄었지만 팔리지 않은 주택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도 미분양 위험이다. 공사비 부담은 협상이나 사업비 조정 등을 통해 일부 줄일 수 있지만 주택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분양가를 낮추더라도 계약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어떻게든 맞춰볼 수 있지만 미분양 발생 가능성이 너무 뚜렷하다 보니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지방은 사업을 굉장히 선별적으로 추진하려는 분위기가 강하고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의 사업성 판단도 입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지방에서도 기존 주거 선호지역은 분양 수요가 유지되지만 외곽 개발지역은 토지비와 공사비를 반영한 분양가를 감당할 구매자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개발 범위를 넓히기보다 수요가 확인된 사업장에 집중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배경이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입지는 분양가가 올라도 수요가 있지만 외곽으로 확장되는 개발사업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미 확보한 토지가격을 반영하면 분양가를 높여야 하는데 시장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공사비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분양을 미루는 것만으로 사업 여건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사비와 토지비 부담이 유지되는 가운데 인구 감소와 수요 위축까지 겹친 지역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분양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건설사들의 사업 선별이 장기화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공급 기반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분양 시장의 어려움은 건설사들의 원가 부담뿐 아니라 지역의 주택 수요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과 지방은 물론 지방 내부에서도 일자리와 생활 기반에 따라 분양 여건이 달라지는 만큼 획일적인 공급 확대나 금융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부동산AI융합학과교수는 “공공기관 이전에만 의존하기보다 교육과 의료, 교통 등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민간기업과 일자리까지 함께 유치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자리가 뒷받침되는 지역은 분양 수요가 유지되지만 수요가 부족한 곳은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당분간 시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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