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체 달러 매도에 환율 상단 제한
한은 추가 긴축은 채권 강세 제약
채권·외환시장이 미국 물가 충격 속에서도 AI발 신용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예상을 웃돈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하락한데다, 국내에서도 주가 폭락과 함께 원화 약세·채권 강세가 나타났다. 추가 긴축 경계감보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당장 시장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15일 오전 11시10분 현재 서울 채권·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오후 3시30분 종가기준) 12.4원(0.93%) 오른 1350.7원에 거래 중이다(원화 약세).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로 올라선 것은 5일 이후 10일만에 처음이다. 장내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1bp(1bp=0.01%포인트) 하락한 3.841%를 기록하고 있다(채권 강세).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이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한 폭락세를 보인 것이 채권 매수심리를 뒷받침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위험회피와 달러 강세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환율 상승과 채권금리 하락이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수출업체 달러 매도가 환율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앞당겨지거나 늘어날 가능성과 함께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이 부담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두 달 연속 예상을 웃돈 미 CPI에서 에너지뿐 아니라 서비스까지 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션을 확인했다”며 “연준이 12월을 포함해 내년 초까지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로 예상 범위 하단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한은은 10월 동결하더라도 최종금리 3.5%까지 금리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당장 시장이 미 CPI보다 주가 하락에 반응하고 있지만, 결국 물가 부담과 경기호조에 따라 한은의 조기 긴축 종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조 연구원은 기업 실적 등 실물지표를 감안하면 한은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4% 내지 3.5%로 높일 여지가 있다고 봤다. 다만, 내수 양극화와 주가 하락, 해외 신용위험 등을 고려하면 최종금리(터미널레이트)가 3.75%까지 높아지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채권 전문가들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말까지 3.8% 아래로 떨어지긴 어렵다고 예상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부담 완화와 위험선호 위축이 더해지면 강세를 보였지만 이런 요인이 향후 금리 전망을 크게 바꾼 것은 아니다. 추가 강세 여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원·달러 환율엔 확대된 경상수지 흑자가 버팀목이다. 실제 올들어 8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792억달러에 달한다. 한은도 올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5월 2500억달러에서 8월 4500억달러로 대폭 높여 잡은데 이어, 이같은 전망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조 연구원은 “위험회피와 외국인 주식 매도는 단기 반등 요인”이라면서도 “해외투자를 압도하는 경상수지 흑자가 원·달러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년까지 보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위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