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점유율 10% 육박·YMTC 낸드 출하량 세계 3위
韓 HBM·첨단 D램 우위에도 中 장비 국산화·증설 변수
전문가들 "당장 추월 어렵지만 기술 개발 속도 높여야"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쌓아온 기술 장벽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차세대 D램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제품 출시를 예고했고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낸드플래시 출하량에서 세계 3위로 올라섰다. 다만 기술 개발 성과와 실제 양산 경쟁력은 구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한국 기업들이 첨단 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앞서 있지만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기술 자립 속도를 감안하면 중장기 경쟁 구도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19일 반도체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CXMT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집적회로·칩렛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4F²(포에프스퀘어) D램 구조를 공개했다. 차오칸위 CXMT 사장은 관련 기술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연말까지 이를 적용한 서버용 DDR5 RDIMM(레지스터드 메모리 모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4F²는 D램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최소 단위인 메모리 셀의 면적을 줄이는 설계 기술이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6F² 구조보다 셀 면적을 이론적으로 약 33% 줄일 수 있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메모리 셀을 배치할 수 있어 저장 용량과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CXMT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배치하는 구조 등을 통해 기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CXMT가 차세대 기술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추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직 4F² 적용 범위와 구체적인 제품 사양, 수율, 생산 규모 등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내 제품 출시 목표와 안정적인 대량생산 체계 확보 역시 다른 문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4F²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6)에서 관련 기술 개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열심히 합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국내 기업들이 해당 기술을 아직 본격 양산에 적용하지 않은 배경에는 경제성이 있다. 4F² 구조는 메모리 셀 면적을 줄일 수 있지만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와 복잡한 제조 공정이 필요하다. 제조 과정에서 불량이 증가하면 웨이퍼 한 장에서 얻는 정상 제품 수가 줄어들 수 있다. 셀 면적을 줄여 확보한 생산 효율이 공정 비용과 수율 저하로 상쇄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기존 공정만으로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구조라도 무리하게 상용화할 이유가 없다. 반도체 업계가 신기술 발표 시점보다 수율과 제조 원가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이유다.

중국 메모리 산업의 실질적인 위협은 기술 발표보다 빠르게 커지는 시장 영향력에서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 39.4%, SK하이닉스 24.9%, 마이크론 23.3%, CXMT 9.5% 순으로 집계됐다. CXMT의 점유율은 1분기 7.6%에서 한 분기 만에 1.9%포인트(p) 상승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기존 3강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셈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CXMT가 주로 생산하는 D램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최첨단 제품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공정 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일부 분석에서는 중국 업체가 약 2~3세대 뒤처져 있다고 본다. 다만 공정 세대가 곧바로 기술 수준 전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DDR5 제품이라도 적용한 제조 공정과 칩 집적도, 소비전력, 성능, 생산 수율에 따라 경쟁력은 달라질 수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CXMT의 D램 공정 기술격차가 양산 시점 기준 5~7년이라고 분석했다. CXMT의 주력 1z 공정은 삼성전자가 2019년 양산을 시작한 기술이며, CXMT가 올해 양산에 착수한 1a 공정도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양산했다. CXMT가 공개한 4F² 구조 D램 역시 수율과 원가경쟁력, 고객사 인증 등 상용화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신승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CXMT의 기술 추월 가능성에 대해 과대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양산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개발 방향을 제시한 단계라는 점에서다. 그는 CXMT가 12나노급 공정에 4F² 기술을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0나노급 미만에서 완전한 구조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두 기업의 기술 수준에는 약 1.5~2세대 격차가 있다는 평가다.
제품 개발과 대량생산 사이의 간극도 무시하기 어렵다. D램은 미세공정이 고도화될수록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서버용 D램은 장시간 연속 작동하는 데이터센터에 사용되기 때문에 높은 신뢰성과 전력 효율이 요구된다. 고객사의 검증을 통과하고 대규모 공급 계약을 확보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기술 발표 이후 실제 매출 확대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CXMT의 점유율 상승은 한국 기업에 경고 신호다. 메모리 산업은 공급량 변화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가 현재의 공급 부족 국면에서는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을 하지만 향후 업황이 둔화하면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업체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범용 D램을 공급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제품별 생산 비중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 HBM에서 높은 수익을 확보하더라도 범용 제품의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 전체 사업의 수익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D램에서 CXMT가 추격하고 있다면 낸드에서는 YMTC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YMTC는 올해 2분기 낸드 출하량 기준 세계 3위에 올랐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마이크론을 제쳤다. SK하이닉스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출하량을 분리하면 YMTC는 세계 2위에 해당한다.
YMTC의 글로벌 낸드 매출 점유율도 2025년 1분기 9%에서 올해 1분기 14%로 높아졌다. 출하량뿐 아니라 매출 규모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다만 출하량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수익성이나 기술 수준까지 한국 기업과 동등해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같은 양의 메모리를 판매하더라도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소비자용 제품의 가격이 다르다. 고객사와의 장기 공급 관계와 제품 신뢰성도 수익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YMTC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4년 사실상 없었던 YMTC의 서버 관련 매출 비중이 2028년에는 전체 매출의 약 3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적으로는 독자 개발한 '엑스태킹(Xtacking)' 구조가 핵심 경쟁력이다. 메모리 셀과 주변 회로를 각각 다른 웨이퍼에서 제조한 뒤 결합하는 방식으로 공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 YMTC는 이러한 웨이퍼 본딩 기술을 낸드뿐 아니라 D램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YMTC는 지난해 10월부터 우한 생산시설에서 16기가비트(Gb) LPDDR5 개발과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 기반 4F² D램 기술도 개발 중이다. 다만 해당 제품들은 아직 연구개발과 검증 단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닐 샤 부사장은 YMTC가 확보한 웨이퍼 본딩 기술이 향후 3D D램 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 기술이 실제 제품 성능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는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다.
첨단 메모리의 핵심인 HBM에서는 한국 기업의 우위가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를 중심으로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반면 CXMT는 HBM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주요 AI 가속기 업체에 대한 대규모 상용 공급 실적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HBM은 일반 D램과 기술적 난도가 다르다.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고 실리콘관통전극(TSV) 등으로 연결해야 한다.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전력 소모를 제어하고 고속 데이터 전송 과정의 신호 안정성까지 확보해야 한다.
특히 최신 HBM은 개별 D램의 성능뿐 아니라 패키징 기술과 고객사가 요구하는 맞춤형 설계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단순히 첨단 D램을 생산할 수 있다고 HBM까지 같은 수준으로 양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를 서로 다르게 평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범용 D램에서는 1~3년가량 뒤처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HBM에서는 3년 이상 차이가 난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최첨단 D램의 공정 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1.5~3세대가량 차이가 있다는 진단도 제시된다.
다만 이러한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공정 세대와 연도는 동일한 측정 기준이 아니다. HBM의 경우 제품 개발 완료 시점과 고객사 인증, 실제 공급 실적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기술 격차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발표된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양산 수율과 생산 원가, 공급량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중국 메모리 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단기와 중기 전망에서 차이를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확보한 첨단 공정과 제조 경험, 글로벌 고객 기반을 중국 업체가 따라잡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CXMT의 4F² 발표만으로 기존 경쟁 구도가 뒤집혔다고 판단할 근거도 부족하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장기적인 기술 추격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단기간에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거나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의 기술 개발 속도와 투자 규모를 고려하면 기존의 기술 우위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경고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의 추격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워낙 커 추격 상황을 실감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뒤따라오는 경쟁자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라는 평가다. 그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연구인력의 근로시간 규제 개선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AI 수요 증가가 메모리 산업의 경기순환 구조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현재의 높은 수익성이 신규 설비투자를 자극하고 생산량 증가가 장기적으로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메모리 기업의 생산능력 확대를 시장 수급을 변화시킬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반대로 중국 기업의 신규 생산량이 단기간에 글로벌 시장을 압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새로 늘어나는 생산 물량이 상당 부분 내수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 메모리와 범용 메모리의 수급 상황이 서로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한·중 메모리 경쟁의 핵심은 기술 격차가 몇 년인지보다 중국 기업들이 어느 시점에 경제성 있는 대량생산 능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메모리의 추격은 아직 기술 추월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미래의 경쟁력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