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목사·주교와 손잡은 안민석…’학교 옆 절·교회·성당도 배움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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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종단과 '상생협력 벽깨기' 협약…명상·합창·오케스트라로 RAS 넓히고 종교중립 명문화

"마을에는 시청과 군청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학교 옆에 절이 있고, 교회가 있고, 성당이 있습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9월 시·군과 행정의 벽을 허문 경기도교육청이 이번에는 불교·개신교·천주교 3대 종단과 손을 잡았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과 불교·개신교·천주교 관계자들이 13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컨퍼런스룸에서 '상생협력 벽깨기'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도교육청은 이날 남부청사 컨퍼런스룸에서 종교계와 '상생협력 벽깨기' 협약을 맺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안 교육감이 시·군에 이어 두 번째로 맺은 벽깨기 협약이다. 협약에는 용주사와 봉선사, 경기도종교지도자협의회,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천주교 수원교구, 천주교 의정부교구가 참여했다.

△ 명상·합창·오케스트라…종교시설이 배움터로

협약의 축은 세 가지다. △RAS 교육 확산 공동 추진 △종교계 자원 연계·활용을 통한 학생 성장 지원 △학교·지역사회와 연계한 지속가능한 지역교육생태계 조성이다. RAS는 독서(Reading)·예술(Arts)·스포츠(Sports)를 뜻하며, 안 교육감이 취임 후 4호로 결재한 문예체 교육이다. 안 교육감은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게 하는 '폰 프리', 그 시간을 독서·예술·스포츠로 채우는 RAS, 이를 학교 밖 자원과 잇는 벽깨기를 한 묶음의 '트라이앵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종교계의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명상과 인문독서, 문화유산 체험, 오케스트라·합창 교육, 나눔·봉사활동을 학교교육과 연계할 계획이다. 자비와 나눔, 생명 존중, 평화, 공동체의식 같은 종교계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정서 학습과 생명존중교육도 함께 추진한다.

안 교육감은 페이스북에 "명상과 봉사로 마음을 키우고, 종교시설을 배움터로 쓰는 길도 찾기로 했습니다"라고 적었다.

협약식에서는 구체적인 그림도 내놨다. 안 교육감은 "교회의 경우 시설을 학생을 위해 개방하고, 오케스트라는 물론 많은 음악 전문가들이 학생을 도와줄 수 있다. 불교는 명상교육을 이용할 수 있다"며 "벽깨기는 상생협력이 원칙"이라고 했다.

협조를 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말에 학교 운동장을 교회 주차공간으로 내주고, 종교시설을 학생 행사 장소로 여는 상호 협력도 제안했다. 안 교육감은 9월 첫 협약식에서도 "앞으로 경기도 모든 학교의 운동장과 체육관을 주민을 위해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성교육의 이유도 짚었다. 안 교육감은 인성과 도덕, 자아성찰 같은 종교계의 가치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학생들의 사고력과 감수성, 사회성을 기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교계가 오랫동안 실천해 온 자비와 나눔, 배려와 생명존중의 가치는 우리 학생들이 건강한 인성을 갖추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이번 벽깨기를 통해 종교계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RAS교육과 연계하고, 학생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 "종교교육 아니다"…중립 조항 따로 둬

종교와 교육의 협력이 종교교육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는 협약서로 답했다.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을 존중한다는 조항을 별도로 넣었다. 안 교육감은 페이스북에 "혹 종교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적었다.

종교계도 같은 고민을 꺼냈다. 최광수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사무국장(목사)은 "종교계에 특혜를 제공한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실제 현장에서 좋은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영진 경기도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목사)은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짚으며 교육청과 종교계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 교육감은 종교와 교육의 오랜 인연을 들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신식학교 이전에는 종교가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했었다. 아이를 위해 종교계가 모이는 것은 어색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페이스북에도 "돌이켜보면 동서고금 종교는 교육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라고 썼다.

△ 시·군 이어 종교계…11월엔 대학·기업

벽깨기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에서 출발한 안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다.

도교육청은 9월 9일 오산 원동초등학교에서 도내 시장·군수와 25개 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벽깨기 협약을 맺었다.

당시 △폰 프리(Phone-Free) 문화 확산 △RAS 인성교육 활성화 △학교·지역 인프라 공유와 벽깨기협력관 운영 △교육예산 두 배 확충과 교육자치 공동실현 △경기골든플랜 학교복합시설 협력을 5대 공통과제로 정했다.

안 교육감은 그 자리에서 "벽깨기는 교육의 만병통치는 아닐지라도 교육의 질을 두 배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도교육청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교육지원청과 지자체, 종교계가 함께 지역 여건에 맞는 교육협력과제를 발굴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협력체계를 넓혀 갈 방침이다.

안 교육감은 "교육과 종교가 벽을 깨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대한민국 상생의 좋은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 상대는 대학과 기업이다. 안 교육감은 "이 다음은 대학과 기업입니다. 11월에도 계속 벽깨기 협약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용주사 주지 성효 스님과 종밀 스님, 봉선사 주지 호산 스님, 김영진·최광수·박병철·고경환·오봉근 목사, 천주교 수원교구장 대리 곽진상 주교, 의정부교구 총대리 이은형 신부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종교의 이름은 달라도 아이에게 바라는 마음은 같았습니다.

성직자의 마음과 교직자의 마음이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도 재삼 확인했습니다"라며 "협약서에 담긴 마음이 교실까지 스며들게 하는 일. 저와 우리 교육청의 몫입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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