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윤영빈 감독이 말하는 출근의 낭만(종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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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빈 감독. (사진제공=티빙(TVING))

“중요한 건 주어진 걸 열심히 해내는 게 가장 낭만인 것 같다.”

로또에 당첨되고도 출근하는 사람의 이야기. 윤영빈 감독이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매일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의 가치였다. 통장에 들어온 13억원만큼이나, 함께 밥을 먹고 맡은 역할을 다하는 동료들의 존재가 주인공의 삶을 움직인다.

윤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티빙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에서 작품의 출발점부터 캐스팅 과정, 결말에 담긴 의도까지 돌아봤다. 영화를 연출해온 그에게 이번 작품은 첫 드라마 도전이었다.

그는 “드라마가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많은 분이 지지해주셔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제작사 대표가 처음부터 자신에게 드라마를 맡길 생각이었다고 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원작에서 마음을 붙잡은 것은 로또 당첨 이후에도 기존의 삶을 이어가는 주인공이었다. 다만 당첨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지 고민했다. 윤 감독은 당첨이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일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했다.

원작에서 공은태는 집을 구매한다. 윤 감독은 드라마 속 공은태가 곧바로 돈을 쓰게 하지는 않기로 했다. 돈을 소비하는 순간의 즐거움이 삶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첨금 13억원도 같은 고민 속에서 선택했다. 그는 “저에게 중요한 건 ‘집을 사기에 애매한 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3억이 딱 적당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이 있다고 생각만 해도 잘 살아진다면 돈이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가 오래 들여다본 것은 직장인의 삶이었다. 2008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은 초봉 3000만~4000만 원을 받으며 하루 12시간씩 일했다. 혼자 일하면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었던 자신과 달리, 친구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일을 해내야 했다.

윤 감독은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고 했다. 작품에는 그런 직장인들의 애환과 함께 자신이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았다.

극 중 인물들이 각자의 업무에 진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 감독은 “노래 잘하는 가수를 좋아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를 좋아하는 것처럼 저는 직업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며 ‘생활의 달인’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양준호와 공은태의 관계가 달라지는 과정에서도 두 사람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처음에는 빌런처럼 보이는 정선혁 역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했던 인물로 바라봤다.

“선과 악이 부딪히면 안 되고 선과 선이 부딪히는 게 중요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입장이 달라진 것이어야 하지, 악한 의도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단순한 악인의 문제로 정리하지 않으려 했다. 서로 다른 자리와 사정 때문에 충돌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윤 감독은 모두가 자신의 일을 정확하게 한다면 감정적인 대립을 줄이고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준혁. (사진제공=티빙(TVING))

영업5팀은 하나의 스포츠팀으로 구상했다. 각자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같은 유니폼을 입으면 한 팀으로 보이는 관계를 원했다. 공은태와 양준호의 서로 다른 성격 역시 원작에 있던 설정을 바탕으로 살렸다.

이 팀을 연결하는 중요한 장면은 식사였다. 처음의 공은태가 고립된 채 영양분을 채우는 데 그쳤다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한 뒤에는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된다. 양준호와의 식사도 변화의 계기였다.

윤 감독은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사람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업을 하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갑이 되기도, 을이 되기도 하는 만큼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을 세밀하게 설정하려 했다. 식사 자리에서 테이블이나 의자를 닦는 모습, 회의를 끝낸 뒤 편하게 해장국을 먹는 모습에도 그런 관계를 담았다.

그는 “결국 밥 한 끼 하면서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업5팀의 잦은 회식에는 개인적인 취향도 들어갔다. “제가 회식을 좋아한다. 저의 희망을 담아서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직장인의 공감을 얻기 위해 다듬은 대사도 있었다. 4화에서 공은태가 회사에 혼자 남았을 때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내레이션은 애초 “혼자 회사에 남아있는 걸 좋아한다”로 시작했다. 이를 들은 제작사 관계자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지독한 판타지’라고 반응했다.

윤 감독은 “저는 매일매일 혼자 글 쓰는 사람이다 보니까 사무실에 혼자 있는 게 좋다”며 “회사원들에게도 그런 정서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공은태를 ‘일에 미친 자’로 받아들인 시청자 반응도 언급했다.

인물의 마음을 따라가는 방식은 영화 작업 때부터 이어진 관심사였다. 액션 장면에서도 동작보다 표정과 감정을 보고,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에 처한 사람에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협상 장면에서도 정보만 나열하면 지루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리를 떠는 모습 같은 행동을 넣으며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했다.

배우들이 만들어온 디테일도 작품을 채웠다. 윤 감독이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배우들이 소품을 준비해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는 “연출의 정의는 배우가 그 연기를 잘할 수 있게 세팅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의 준비 위에 자신의 경험과 제안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공은태 역의 이준혁과는 다른 배우들이 장면 안에서 더 잘 드러날 방법을 함께 논의했다. 윤 감독은 역할에 맞는 연기를 해온 배우라는 점을 캐스팅의 가장 큰 이유로 꼽으며 “저보다 다른 배우들을 더 많이 배려해서 정말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제작 과정은 여유롭지 않았다. 1~4부 대본에 공을 들인 뒤 5~10부는 한 달 반 만에 작업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완성해야 했고, 촬영 중에도 대본을 수정하느라 쉬는 날이 없었다.

윤 감독은 “정말 몸을 갈아넣어서 작업을 했다”고 돌아봤다. 급하게 쓴 장면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마지막 10화에서 공은태와 진혜주가 대화하는 장면은 촬영 전날 대본을 썼다. 그는 “그런 장면들이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원작에서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대목은 담양에서 촬영했다. 윤 감독은 해당 장면의 색 보정에 공을 들였다며 웃었다. 중요한 장면을 외국어로 진행하고 싶지 않았고, 이준혁의 아이디어가 각색에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윤세아의 캐스팅도 이뤄졌다.

첫 드라마 연출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만족한다. 당연히 아쉬운 것도 있다”고 답했다. 주변에서는 잘 봤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전작 영화 ‘강릉’ 때와 달리 이번에는 제작사 관계자들의 부모와 자녀까지 작품을 잘 봤다는 반응을 전해왔다고 했다.

윤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야구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좋은 반응을 얻은 지금도 “계속 드라마가 망했던 사람처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가 남길 여운을 묻자, 그는 “각자가 좀 더 자기 일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열심히 살면 좋겠다”며 시청자들의 일하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로또 당첨이라는 특별한 행운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도착한 곳은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이었다. 윤 감독은 그 일상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고, 동료와 밥 한 끼를 나누는 사람들의 낭만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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