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전자변형 옥수수는 조달국 제한…흑해 연안국 의존도 높아
국내 생산기반 보완·수입선 다변화 제안…비축·물류·금융 지원도 연계해야

국내 옥수수 자급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가운데 해외 공급망의 불안이 고기와 빵·과자 등 장바구니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옥수수가 가축 사료와 식품 원료로 폭넓게 쓰여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의 충격이 축산물·가공식품으로 번지는 구조다. 특히 식용·가공용 비유전자변형(non-GM) 옥수수는 수입 가능한 나라가 제한돼 공급 차질이 생겨도 조달처를 바꾸기 쉽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13일 ‘글로벌 식량 공급망 분석과 과제(3년차): 옥수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국내 생산기반 보완과 해외 조달선 다변화, 위기 징후 상시 점검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4년 양곡 수급 잠정치에 따르면 사료용을 포함한 옥수수 곡물자급률은 0.8%에 그쳤다. 연간 수요는 1122만7000톤이지만 국내 생산은 9만2000톤에 불과했다. 수요 가운데 사료용이 907만6000톤으로 약 81%를 차지했고 가공용은 203만8000톤이었다. 해외 원료 조달이 흔들리면 축산업과 식품업계가 함께 영향을 받는 셈이다.

옥수수 공급망 불안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사료와 전분·당류다. 수입 원료가 비싸지면 사료업체와 식품 원료업체의 비용이 늘고, 이를 사용하는 축산농가와 가공식품업체에도 가격 인상 압력이 생긴다. 옥수수를 직접 먹지 않는 소비자도 육류와 빵·과자, 음료 등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이 2023년 산업연관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옥수수와 밀, 기타 잡곡을 묶은 ‘맥류 및 잡곡’의 수입가격이 10% 상승하면 국내 사료 가격은 2.67%, 전분·당류 가격은 2.26%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옥수수만의 가격 상승 효과가 아니라 해당 곡물군 전체의 수입가격이 오르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다.
사료 가격 상승은 축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별도로 국내 사료 가격이 10% 오르는 상황을 분석했을 때 도축육 가격은 4.16%, 닭·오리 등 가금육 가격은 2.9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을 기르는 데 필요한 사료비 부담이 커지면 고기 생산·가공 단계까지 비용 상승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전분·당류 가격이 10%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면류와 떡·빵·과자류 가격이 각각 0.40%, 음료·주류 가격이 0.18%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공식품을 재료로 사용하는 음식점에도 영향이 이어져 외식 가격은 0.04%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환율도 먹거리 원가를 끌어올리는 변수로 꼽혔다. 환율이 10% 올라 수입품 전체의 가격이 같은 비율로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사료 가격은 5.70%, 전분·당류는 5.05%, 떡·빵·과자류는 3.25%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 자체의 국제가격이 변하지 않더라도 원화로 지급하는 수입 비용이 늘면 관련 산업에 부담이 생기는 구조다.
이들 수치는 가격 충격이 산업 간에 전달되는 경로와 원가 상승 압력을 살펴본 모형 분석 결과다.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개별 제품 가격이 같은 폭으로 오른다고 예측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에서 환율이 식품 가격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세계 옥수수 시장의 취약점은 생산과 수출이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우크라이나 등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주요 생산국의 가뭄이나 전쟁, 수출제한이 발생하면 다른 나라에서 부족분을 곧바로 채우기 어렵다. 바이오연료 정책에 따른 수요 변화도 국제 수급과 가격을 흔드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다만 국내 대응 여력은 옥수수의 용도에 따라 다르다. 유전자변형(GM) 원료 사용이 일반적인 사료용은 가격과 작황에 따라 수입국을 바꾸거나 사료용 밀로 일부 대체하고 배합비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 조달 방식은 비교적 유연하지만 국제가격과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식용·가공용은 비유전자변형 원료 수요를 충족해야 해 조달 가능한 국가가 제한된다. 주요 수출국 대부분이 GM 옥수수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루마니아·불가리아 등 흑해 연안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쟁과 이상기후로 이 지역 공급이 불안해지면 가격뿐 아니라 필요한 품질의 물량을 확보하는 문제까지 겹칠 수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 연해주산 옥수수 조달 확대를 보완 사례로 들면서도 한계를 짚었다. 연해주는 비유전자변형 옥수수를 비교적 신속하게 국내로 들여올 수 있지만 통관과 수출제한 등 정책 변화, 금융·보험 위험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수입선 다변화도 새로운 한 나라에 의존하기보다 비용과 물류·품질 위험을 나누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이 제시한 대응의 첫 축은 최소한의 국내 생산기반 확보다. 수입 차질이나 가격 급등이 발생했을 때 충격을 흡수할 여력을 갖추자는 취지다. 국내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산업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요와 판로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는 논에서 옥수수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가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옥수수 직불금 지급면적은 약 600㏊로 전체 지급면적의 0.4%에 그쳤다. 농가 참여와 재배 유인을 높이는 동시에 가공·유통업체와 연계해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도 국내 반입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할 과제로 꼽혔다. 해외에서 곡물을 생산·확보해도 현지 물류시설이나 제도가 미비하고 국내 구매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공급망 안정 효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기존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해 국내 반입 확대를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시 대응체계 구축도 주문했다. 국제 곡물시장의 위험요인을 계속 점검하고 업계와 적정 재고·조달 계획을 협의하면서 비축과 물류, 금융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료용과 식용·가공용의 품질 요건과 수입 가능 국가가 다른 만큼 용도별 특성을 반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윤재 KREI 선임연구위원은 “옥수수는 사료와 식품, 산업용 원료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핵심 자원인 만큼 공급망 불안이 발생하면 그 영향이 여러 산업과 국민 생활로 확산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수급 충격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생산기반 보완, 해외 수입선 다변화, 위기 징후 상시 점검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공급망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