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방시장 잠식에 통상장벽 강화
스텔란티스 1만5000유로 전기차 맞불
현대차·기아 하이브리드 신차로 정면승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경쟁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 전기차부터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수출 차종을 확대하고 있다. 안방시장을 위협받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차에 대한 통상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기아도 하이브리드 신차를 잇달아 투입하며 유럽 시장 주도권 경쟁에 가세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 12일(현지시간) 개막한 '2026 파리모터쇼'에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약 20개가 참가했다. 2024년 행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유럽과 중국 업체들이 이번 행사에서 공개하는 신차와 콘셉트카만 최대 60종에 달한다.
이번 모터쇼에는 비야디(BYD)와 체리, 지리, 창안자동차 등 주요 중국 업체들이 대거 참가했다. BYD는 고급 전기 SUV를 앞세워 상품군을 확대했고 창안자동차는 네보와 아바타 등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아이토 역시 유럽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전기 SUV 4종을 공개했다. 과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보급형 전기차 중심의 공세에서 벗어나 고급차와 첨단 기술로 경쟁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보호무역과 신차 경쟁력 강화라는 이중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올리버 블루메 최고경영자(CEO)는 파리모터쇼를 앞두고 유럽 제조업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을 촉구했다. 역내 생산을 우대하는 '메이드 인 유럽' 정책과 함께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 탄소배출 규제의 유연한 적용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품 전략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스텔란티스는 이번 모터쇼에서 8개 브랜드, 60대 이상, 콘셉트카 9종을 공개하며 시장 회복에 나섰다. 특히 시트로엥의 과거 인기 모델인 2CV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보급형 전기차 콘셉트를 선보였다.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유럽에서 약 1만5000유로(약 2249만원) 수준의 가격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맞서 유럽 브랜드가 직접 가격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르노는 E-스페이스 콘셉트 등 새로운 전기차 개발 방향을 제시하며 상품군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기아도 이번 모터쇼를 유럽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았다. 현대차는 소형 SUV 신형 바이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신형 바이욘은 1.0L 터보 가솔린 모델을 먼저 출시하고 2027년 1.6L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인 신형 투싼에는 최고출력 245마력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기아는 2세대 셀토스 하이브리드와 K4 하이브리드를 유럽에서 처음 공개했다. K4 하이브리드는 해치백과 스포츠왜건 두 가지 형태로 선보여 유럽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했다.
현대차·기아가 하이브리드 신차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수요 변화와 맞물려 있다. 순수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가운데 연비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EU 신차 시장에서 일반 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은 36.6%로 동력원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현대차·기아로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강화해 중국 업체와 유럽 완성차 업체들 사이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