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은 공시 강화…한국은 규제 완화 추진
주식 보유 기준 낮추고 공동투자 규제 정비 제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파생상품을 활용하면 실제로 얼마만큼의 지분을 확보했는지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과 일본 등이 투자자의 주식 보유 현황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손질하는 가운데 한국도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4일 오성근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유지분변동 공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보유 목적과 지분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보유 지분이 1%포인트 이상 달라져도 이를 알려야 한다. 이른바 '5% 룰'이다.
문제는 금융상품이 복잡해지면서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도 생겼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총수익스왑(TRS)이다. 투자자가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주식 가격 변동에 따른 이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투자자는 따로 있지만 주식 명의는 금융회사에 남을 수 있다.
한경협은 일부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가 이러한 구조를 이용하면 자신의 투자 규모를 드러내지 않고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주주들은 누가 얼마나 많은 주식을 확보하고 있는지 뒤늦게 알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2023년 파생상품을 이용한 간접적인 주식 보유와 공동보유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다. 일본도 2024년 법을 개정해 파생상품 관련 공시 대상을 확대했다.
주식을 여러 투자자가 나눠 보유하는 경우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공동으로 취득하거나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합의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명시적인 계약이 없더라도 실제로 함께 행동했는지 등을 살펴 지분을 합산할 수 있도록 했다.
주식 보유 사실을 처음 신고해야 하는 기준도 다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5%인 반면 영국과 독일은 3%다.
한경협은 국내에서 기관투자자의 주주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규제를 완화하기에 앞서 투자자들이 지분을 숨기는 데 악용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현재 5%인 주식 보유 공시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파생상품을 통해 실질적으로 확보한 지분도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여러 투자자가 함께 움직이는 경우에도 실제 관계를 따져 공시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성근 교수는 "지분공시는 주주활동의 걸림돌이 아니라 증시에서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조기에 걸러내는 경보 장치로 재설계해야 한다"며 "파생상품을 통한 지분 은닉과 공시 사각지대를 메우는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