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동결ㆍ수가 인상에 2028년 이후 인상 압박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건강보험공단은 향후 5년간 매년 수조원대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2030년 건강보험 사업 부채비율이 관리 기준인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당기수지도 2조8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도 보험료율은 동결되고 의료수가는 인상돼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실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2026~2030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영업적자는 2026년 6조9161억원에서 2027년 3조9714억원, 2028년 4조2971억원, 2029년 3조4415억원, 2030년 3조2932억원으로 추산됐다. 향후 5년간 매년 3조~7조원 규모의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셈이다.
건강보험 사업 부문의 재무 여건도 악화할 전망이다. 급여비 지출 증가로 금융자산이 줄면서 건강보험 자산은 2026년 44조234억원에서 2030년 39조3503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병ㆍ의원 등에 지급해야 할 보험급여 충당부채는 같은 기간 18조3031억원에서 20조3753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사업 부채비율은 2026년 71.2%에서 2027년 79.3%, 2028년 89.2%, 2029년 98.7%로 상승한 뒤 2030년 107.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건보공단이 재무 목표로 설정한 부채비율 관리 기준인 10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전체 통합 기준 부채비율도 2026년 68.7%에서 2030년 99.6%로 30.9%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이 같은 재무 전망이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건보공단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을 토대로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보험료율이 매년 1.49%씩 인상되고, 정부의 일반회계 국고지원율도 현행 12.0%에서 2030년 14.0%까지 확대될 것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2027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동결과 0.5% 인상, 1~2% 미만 인상, 2% 이상 인상 등 네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동결을 결정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211.5원으로 유지됐다.
정부는 약가 제도 개선으로 연간 2700억원, 검체·영상 수가 조정으로 연간 2조6000억원, 부당청구 관리로 연간 8000억원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추가 보험료 수입 3조8000억원도 동결 결정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반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요양급여비용은 인상돼 지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027년도 의료수가는 평균 1.65% 인상돼 건강보험 재정에서 1조2058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병원은 1.2%, 치과는 2.6%, 한의원은 3.0%, 약국은 3.7% 인상된다. 협상이 결렬됐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인상률도 1.6%로 최종 의결됐다. 보험료 수입은 동결된 반면 의료수가 인상으로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올해 재정 상황도 녹록지 않다. 2026년 7월 말 기준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36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연말 당기적자는 2조837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누적수지는 27조3844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전국 병·의원과 약국 등에 지급하는 진료비 약 3개월분에 해당한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와 각종 정책 지원도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24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52조193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4.9%를 차지했다. 비상진료체계,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필수의료 지원 등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도 8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국고지원도 법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올해보다 약 1조1000억원 늘어난 13조8000억원이다. 일반회계 11조8000억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 2조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국고지원율은 14.4%로, 국민건강보험법 등이 규정한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에 미달한다. 2016~2025년 10년간 미지급된 법정 지원금은 19조4531억원에 이른다.
건보공단은 향후 5년간 16조4565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초고령화에 따른 급여비 증가와 국고지원 부족, 보험료율 동결이 겹치면서 재정 안정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보공단 안팎에서는 2030년에도 법정 비상준비금인 진료비 1.5개월분을 유지하려면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보험료율을 매년 2% 이상 인상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료 동결로 가계의 단기 부담은 줄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지출 효율화와 함께 법정 국고지원 기준을 준수하고, 보험료 수입과 의료비 지출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