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비상장기업 확보 경쟁 심화…투자 단가 상승 가능성
펀드 결성 이후 집행·회수까지 고려한 정책 설계 필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전략산업에 대규모 자금이 공급되면서 투자처 확보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등 주요 투자 분야가 기존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의 투자 대상과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자금이 특정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자금 공급 확대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보다 비상장기업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13일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성장펀드의 누적 지원 승인액은 35건, 총 18조3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AI·반도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2.7%에 달했다. 반면, 미래차 분야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책자금의 산업별 배분 격차가 확인되면서 향후 간접투자 자금이 본격적으로 집행될 경우 일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투자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존 PEF와 VC의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 성장성과 기술력을 검증받은 비상장기업에 자금이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 상승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수 운용사가 동일한 기업에 투자를 제안하면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기업의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성장성을 바탕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첨단기술 기업은 현재 실적보다 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투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투자 단가 상승이 수익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높은 기업가치에 투자할수록 향후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수할 때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어서다.
정책펀드의 특성상 투자 대상과 산업 분야에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는 점도 변수다. 일반 블라인드펀드는 운용 전략에 따라 다양한 산업과 기업을 검토할 수 있지만 정책펀드는 정해진 정책 목적과 투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정 산업의 투자 환경이 악화하더라도 투자 범위를 자유롭게 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국민성장펀드가 기존 민간 투자와 동일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과 성장단계별 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기존 모태펀드 및 산업별 정책펀드와의 역할 분담도 추진하고 있다. 정책자금이 민간 투자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장기·대규모 투자에 활용된다면 투자처 중복을 줄이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여지도 충분하다. 반대로 민간 자금이 이미 집중된 우량기업에 정책자금까지 몰린다면 추가적인 투자 유발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가 장기적인 산업 육성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단순한 자금 공급 규모보다 실제 투자 성과를 중심으로 정책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 결성액과 투자 집행률뿐 아니라 민간 투자 유발 효과, 투자기업의 성장, 회수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대규모 자금이 풀리면서 AI·반도체 등 특정 산업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며 "정작 투자할 만한 기업은 제한적이어서 좋은 매물이 나오면 정책펀드 운용사와 기존 대형 블라인드펀드 운용사들이 한꺼번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