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 검증은 현행 체계로 한계
창작 자유 위축 우려와 투자금액 해명

영화 ‘암살자(들)’의 관람 등급과 역사 재현을 놓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부딪쳤다. 국민의힘은 폭행·욕설이 담긴 작품을 12세 이상이 볼 수 있도록 한 근거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권의 관여가 창작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맞섰다.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심사의 한계와 모태펀드 출자액의 성격도 논의됐다.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15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내용에 관한 공방이 여야 간 오갔다. 영상물등급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등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해당 작품의 청소년 관람 적절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 것.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만큼, 당시 일을 모르는 어린 관객이 극중 가설이나 허구를 실제 사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김병재 영등위 위원장에게 “이 정도 폭력성과 욕설 등을 초등학교 5∼6학년이 충격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음주·흡연 장면도 함께 짚었다.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폭력의 정도를 경미하다고 본 이유와 함께 15세 이상 관람가인 ‘남산의 부장들’과 비교할 자료를 요청했다.
교육 현장과 등급 심사의 기준 차이도 도마에 올랐다. 윤 의원은 “교육 현장의 언어폭력 기준과 영등위의 청소년 보호 기준이 전혀 다른가”라고 추궁했다. 정연욱 의원은 심사 의견서에 청소년의 지식과 경험, 교육을 바탕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적힌 점에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 50여년간 교과서에서 해당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가르친 적도 없는 사건인데 도대체 어떤 지식과 경험을 근거로 수용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병재 위원장은 공공성·윤리성과 청소년 보호를 고려해 7개 영역을 종합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사건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났는지 판별하는 일은 관람등급을 정하는 문제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현재의 시스템으로 과거 역사적 사실의 진위를 가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심사위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은 제작자에게 창작의 자유가 있고, 관객마다 작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그 판단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막을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한상준 영진위 위원장도 역사 왜곡 논쟁에 대해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회복 중인 영화산업이 위축될 가능성 역시 걱정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달려 있다는 취지다.
투자 재원과 관련해서는 펀드에 출자한 돈과 특정 작품에 들어간 액수를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 나왔다. 조 의원은 정치권에서 거론한 340억원이 영화 한 편에 집행된 금액이 아니라 펀드 출자 규모라고 지적했다. 운용사 선정과 개별 영화 투자는 각각 정해진 절차를 거친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