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수주
HD현대일렉트릭도 빅테크와 1.1조원 계약
변압기 넘어 배전·전력 솔루션으로 시장 확대

미국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이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변압기와 배전설비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에는 대규모 수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전력 인프라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북미 시장 공략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1812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여러 지역에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해 2030년까지 9개 변전소에 345킬로볼트(kV)급 초고압 변압기를 순차적으로 납품한다. 기존 배전기기 중심에서 초고압 전력기기로 공급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효성중공업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수주를 확보했다. 효성중공업은 9월 미국 빅테크 기업 2곳과 총 3865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남부와 북부에 새로 건설되는 AI 데이터센터에 각각 2200억원 규모의 765kV 변압기와 1665억원 규모의 345kV 변압기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고압 전력망에서 대규모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초고압 변압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묶은 패키지 공급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7월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최대 1조1212억원 규모의 장기 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배전기기 5539억원과 전력기기 5673억원으로 구성되며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구축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개별 변압기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전반을 책임지는 사업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은 초고압 변압기뿐 아니라 배전반과 차단기 등 전력 공급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외부 전력망에서 공급받은 고압 전기를 서버와 냉각설비가 사용할 수 있는 전압으로 변환하고 안정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수록 변압기의 처리 용량뿐 아니라 배전설비의 안정성과 전력 효율도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고객사들도 변압기와 배전기기를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선호하는 추세다.
공급 능력 확보도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초고압 변압기는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신규 생산설비를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현지 생산 기반을 활용해 고객사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LS일렉트릭도 부산 사업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북미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단순 가격 경쟁보다 안정적인 납기와 현지 공급 능력이 수주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세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2025년 4조1950억kWh에서 올해 4조2880억kWh, 2027년 4조3560억k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