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가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수출과 설비투자가 관련 부문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9월 수출은 전년 대비 83.5%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104.8%에 달했다.
일평균 금액 기준으로 반도체(304.9%)와 컴퓨터(497.6%) 수출이 폭증했고 AI 인프라 투자 수요 확대 등으로 철강제품(15.3%) 및 비철금속(49.1%)의 증가세도 지속됐다.
변동성이 높은 선박(45.0%)도 큰 폭으로 증가했고 수출단가 상승으로 석유제품(92.0%)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중심의 호조를 지속했다.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변동성이 큰 운송장비가 감소로 전환되면서 증가 폭이 전달(24.6%)보다 축소됐지만 기계류(25.4%)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기계류 중 반도체체조용장비(107.7%)의 증가 폭이 전달(65.8%)보다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일반산업용기계(14.4%)와 전자 및 전자기기(10.1%)도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반도체 외 기계류 투자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반면 운송장비(-4.3%), 자동차(-13.2%)는 감소 전환하고 기타 운송장비(35.1%)도 전월(83.8%)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생산 지표에서는 업종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8월 전산업생산(1.9%)은 제조업의 일시적 위축 등으로 증가 폭이 축소됐다. 광공업생산(-2.2%)은 완성차 업체의 하계휴가가 8월에 집중된 데다 주요 업체의 파업이 겹치면서 자동차(-29.4%)를 중심으로 감소했다. 반면 서비스업생산은 정보통신업(0.3→7.2%)이 크게 반등하면서 증가 폭이 확대됐다. 건설업생산(-3.4→-1.3%)은 비주거용 건축 개선 등으로 부진이 소폭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수출·투자 중심의 경기 개선 흐름이 가계 소비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8월 소매판매(-0.3%)는 승용차를 중심으로 감소세를 지속했고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1.8% 감소했다. 내구재(-5.6%)는 가전제품과 통신기기 및 컴퓨터가 증가로 전환됐지만 승용차(-19.2%)의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부진했다.
KDI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수요 선반영 영향이 지속하는 가운데 8월 승용차 판매의 감소 폭 확대는 주요 완성차 업체의 파업과 하계휴가로 인한 일시적 생산 차질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승용차를 제외한 기조적 소비 개선세도 완만한 모습이다. 준내구재(-1.3%)가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비내구재(2.4%)는 기저효과로 증가 폭이 확대됐지만 계절조정 전월 대비(-1.6%)로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 중 소비와 밀접한 숙박 및 음식점업(-2.8%)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1~7월 실질임금 상승률이 0.2%에 그치면서 가계 구매력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공급 측 요인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소비 여건 개선도 제약됐다는 것이 KDI의 설명이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전월(3.1%)보다 낮아졌지만 통신비를 제외하면 3.1%로 오히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두바이유 가격으로 7월 배럴당 76.8달러에서 9월 113.7달러로 뛰었다.
고용은 일부 개선 조짐을 보였다. 8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만4000명 증가해 전월(10만8000명)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도 6만8000명에서 3만8000명으로 축소됐다.
다만 20대 고용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고 원계열 기준으로도 전년보다 0.9%p 낮은 수준에 머물러 20대의 고용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인 모습이다.
KDI는 "경기 개선 효과가 가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며 "고유가 지속 등으로 공급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조적인 임금상승세는 미약해 가계 구매력의 회복이 제약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