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대러 제재하다 돌연 제재 한시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은 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지해온 대러 에너지 제재까지 일부 완화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방금 푸틴 대통령과 매우 성공적인 협의를 마쳤다”며 “러시아가 미국 및 세계 시장에 즉시 30만t 이상의 경유 연료를 공급하고, 11월 중 추가 50만t을, 그 직후엔 100만t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이후 자국 경유 정제시설 상태를 고려해 단기간 내에 300만t의 경유 연료를 추가로 공급할 것”이라고 적었다. 전체 물량은 480만t을 웃돈다.
러시아도 합의 내용을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 후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원유와 석유제품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확인했다며 “세계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도 경유 수출 제한을 예정보다 일찍 풀기 시작해 이르면 10월 미국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제재 완화에 나섰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운송·하역과 미국 수입 등을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한다고 발표했다. 적용 시한은 내년 4월 7일까지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지난달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을 겨냥한 포괄적 제재에 서명한 바 있어, 이번 조치는 최근의 대러 압박 기조와도 대비된다.
이번 조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 경유 가격은 이란전 발발 이후 약 70% 뛰어 갤런당 6.28달러까지 올랐다. 경유는 트럭 운송과 농업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물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 특히 농부와 목장주, 트럭 운전자를 위한 가격 인하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을 옥죄어온 미국이 가격 안정을 위해 제재를 풀면서 대러 압박이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 판매 허용이 모스크바에 추가 전쟁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